부자라는 이유로 못마땅하게 여기는 걸 넘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사회악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베테랑’, ‘돈의 맛’ 같은 영화가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압수수색 당한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죄의 무게를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형제가 아버지 재산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으니 이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는 없다.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의 내부 제보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인수합병(M&A) 없이 해외에 자회사(라인)를 세워 미국과 일본 증시에 상장시키는 업적을 이뤘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성장시켜 두 개 국가에 한 번에 상장시킨 것은 처음이다. 기업은행이나 LG필립스LCD, 금호타이어, 롯데쇼핑 등이 자회사를 외국에 상장시킨 사례는 있지만, 순수 한국 자본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한국 인터넷 기업의 위상을 높인 일이다. 라인의 기업공개는 야후가 지배했던 일본의 인터넷 검색 시장에 진입하려고 2000년 네이버재팬을 만들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끈기와 패기 덕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장 시 라인의 기업 가치를 6000억엔(약 6조5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청년실업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하지만 지난해 신설법인 수가 9만 개를 돌파하고 벤처투자 규모도 2조 원을 넘은 것은 희망의 빛을 준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산업들이 어려워지니 기존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지만, 크라우드펀딩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기반으로 한 제2의 벤처붐이 조성되고 있다. 이곳에서 탄생하는 기업가들은 금수저로 태어난 선배들과는 확연히 다른 혁신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페이스북 이사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겸 CEO가 경영에서 물러나면 과반수 지배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저커버그가 퇴사하거나 사망하면 그는 물론 가족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미래 CEO가 탄생했을 때 그의 권한을 확실히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참으로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