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벗긴 모네·고흐…미술에 숨은 IT

- '모네, 빛을 그리다' 전
원화 디지털이미지 변화…움직이는 그림
- '반 고흐 미디어파사드'
LED 조명 이용…건물 외벽에 영상투사
- 와우 '유니티오브모션'
관람객 심장박동 감지…나비·물고기 움직여
  • 등록 2016-01-19 오전 6:16:00

    수정 2016-01-21 오전 8:42:44

‘모네, 빛을 그리다’ 전의 내부 전경. 미술과 IT를 접목한 대표 전시다. 모네의 명화 60여점을 대형 프로젝터를 이용해 4m 높이의 스크린에 투사했다. 원화를 디지털이미지로 변환한 뒤 입체 영상신호로 프로그래밍하는 기법이다(사진=본다빈치).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미술은 아직도 어렵고 여전히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다.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따지지 않는 것이다. 인상파와 입체파 등 미술사조를 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술품 자체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술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 접점을 만들어주기 위한 시도가 바로 흥미유발. 최근 일반인의 흥미를 끌어내는 소재로 부상한 분야가 바로 IT다. 명화를 디지털화면에 담거나 삼각함수에 심작박동을 수식화한 작품까지 다양한 ‘첨단기술’을 입은 미술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흔들리는 모네의 걸작과 23층 건물에 투사한 반 고흐의 미디어파사드, ‘쿵쿵’ 울리는 심장박동으로 완성하는 설치작품까지 IT를 입고 우리와 더 가까워진 미술여행을 떠나보자.

‘바람 불고 잎사귀 흔들’…모네 그림이 살아난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고 있는 ‘모네, 빛을 그리다’ 전은 모네의 일생과 작품을 디지털기술에 접목한 대표적인 컨버전스아트이다. 모네의 명화를 60여개의 프로젝터를 이용해 4m 높이의 스크린에 생생하게 옮긴 이번 전시는 IT로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모네의 대표작으로 해가 떠오르는 바다의 풍경을 담아낸 ‘인상, 해돋이’에선 서서히 아침해가 떠오르고 물결이 일렁이고 고깃배가 움직인다. 어떻게 이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전시에 쓰고 있는 기술의 핵심은 디지털화다. 원화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한 뒤 입체 영상신호로 프로그래밍해 고화질의 프로젝터로 투사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움직이고자 하는 그림 속 대상을 다시 한장, 한장 레이어링해 수십·수백장을 겹쳐 반복하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그림으로 재탄생한다.

전시작 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루앙대성당’ 연작이다. 일정거리를 두고 화면을 바라보면 마치 그림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이 작품에는 3D 매핑기술을 도입해 360도의 3D 오브젝트에 투사하는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바꿔낸다. 이렇게 투사한 그림 속 움직임을 좇다 보면 관람객의 시선도 그대로 따라움직여 어느덧 그림과 혼연일체가 된 느낌을 받는다. 서울에선 2월 28일까지. 대전무역전시관에선 3월 24일까지다.

‘모네 빛을 그리다’ 전 내부 전경(사진=본다빈치).


‘세계 최대 크기’… 반 고흐 미디어파사드로 재탄생

서울스퀘어에 설치한 반 고흐의 ‘해바라기’ 미디어파사드(사진=아담스페이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컨버전스아트 중 대표적인 형태는 ‘미디어파사드’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외벽이나 종로구 광화문 담벼락에 설치하며 시민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는 서울역 앞 중구 봉래동 서울스퀘어 빌딩에 마련했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자화상’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유명작품 5점을 초대형 미디어파사드로 만나볼 수 있다.

미디어파사드는 ‘모네 전’에서 사용한 프로젝션 매핑과 달리 건물 외벽 등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하는 기술을 가져왔다. 거대한 벽면을 디스플레이공간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근래에는 스마트폰과 연동하거나 바람,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미디어파사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3D 그래픽아트를 활용해 입체감을 살려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나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31일까지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분씩 세 차례 볼 수 있다.

미디어파사드는 압도적인 크기와 생생한 색감으로 광범위한 대중의 눈길을 끌며 공공미술로도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사의 브랜드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기업의 홍보도구로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미디어파사드가 인기를 끌며 관련 디자이너의 몸값도 높아졌다. 세계적인 조명디자이너 마리 장 고데가 디자인한 미디어파사드는 작품값이 수억원에 이른다.

삼각함수·심장박동과 만난 ‘나비효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선 좀더 색다른 IT와 만난 미술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아티스트그룹 ‘와우’(WOW)가 여러 개의 수식과 알고리즘을 섞어 만든 미디어아트 ‘유니티오브모션’이다. ‘유니티오브모션’을 디렉팅한 와우의 유키 다자키는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이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디지털계에서도 일어난다”며 “IT와 접목한 미술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기계와 사람, 자연의 움직임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의미로 만든 이들 작품의 핵심기술은 삼각함수와 알고리즘. 기계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삼각함수인 사인과 코사인의 선형적 움직임에 나비나 물고기의 움직임인 알고리즘을 결합했다. 또 작품에는 센서를 장착해 관람객이 손가락을 갖다 대면 심장박동을 알고리즘으로 변환할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선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피스톤을 접목했다.

전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첨단기술이 곳곳에 숨어있다. 적외선 감지기가 관람객의 심장박동 수를 체크하고, 심장박동을 삼각함수로 계산한 나비의 움직임과 합쳐 형상화한 다음 이내 군집 애니메이션으로 초대형 스크린을 채운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갈수록 다양한 첨단기술과 접목한 미술작품이 늘어날 것”이라며 “IT가 미술에 들어와 미술을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해 심리적 부담감을 없애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스트그룹 와우의 ‘유니티오브모션’(사진=현대차)
아트스트그룹 와우의 ‘유니티오브모션’(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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