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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의 문단과 출판계에서 표절논란은 고질병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는 늘 실패. 덮고 가기에 급급했다. 최근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을 계기로 그간 문단과 출판계를 시끄럽게 했던 표절 대표사례를 되짚어봤다.
△인터뷰 기사 무단인용…황석영 작가의 ‘강남몽’
황석영 작가가 2010년에 발표한 소설 ‘강남몽’은 언론사가 사설로까지 표절의혹을 제기한 경우다. ‘강남몽’은 일제강점기부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까지 서울 강남의 형성사를 다룬 작품. 문제가 된 부분은 소설의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묘사한 조직폭력배의 모습이다. 소설이 나온 후 이 부분이 월간지 신동아의 조성식 기자가 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의 인터뷰 등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황 작가의 해명을 요구하는 사설까지 실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책을 출판한 창비는 “법적 자문 결과 작품특성상 법적인 의미의 표절로 판명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황 작가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대화기간의 역사적·사회적인 사실을 인용하면서 인물에 따라서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을 소설적으로 윤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후에 표절을 인정했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1993년 발간한 ‘일본은 없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 일본이 만만하다는 내용의 ‘일본은 없다’는 당시 120만부가 팔릴 정도로 반향을 얻었다. 그러나 20년 후인 2012년 대법원에서 표절확정 판결을 받았다. 전 전 의원이 일본에 머물면서 교류했던 재일교포 작가 유재순이 출간하려던 ‘일본인, 당신은 누구인가’의 취재내용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서다. 당시 재판부는 “전 의원이 유씨로부터 전해 들은 취재내용,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해 책 속의 글 중 일부분을 작성했다고 보는 게 옳다”고 판시했다. 표절 판결 후 전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당적을 옮겼으나 19대 총선 입성에 실패했다.
△애매한 저작권 침해 판결…김진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표절이냐 혼성모방이냐…이인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1992년 작가세계문학상 1회 수상작인 이인화 작가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수상과 동시에 표절논란을 불러온 작품이다. 이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공지영 등의 소설을 부분 발췌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썼다. 당시 평론가 이성욱은 “국내외 소설에서 여러 부분 옮겨온 명명백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이 작가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정임의 ‘나’에서 나의 문장은 하나도 없다”며 문장을 가져온 것을 인정한 뒤 “다만 표절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한 기법인 혼성모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훗날 이 작가가 ‘내가 누구인지…’에 베낀 소설 원작자에게 사석에서 사과를 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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