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표절파문③] 한국문단표절사…황석영·이인화도 있다

황석영 '기사 베끼기' 시끌
이인화 "인용도 문학기법" 항변
단순인용부터 혼성모방까지 다양
"포스트모더니즘 기법" 억지
법원서 진위여부 가린 사례도 있어
  • 등록 2015-06-24 오전 6:15:00

    수정 2015-06-24 오전 8:15:10

왼쪽부터 김진명·황석영·이인화·전여옥 작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의 문단과 출판계에서 표절논란은 고질병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는 늘 실패. 덮고 가기에 급급했다. 최근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을 계기로 그간 문단과 출판계를 시끄럽게 했던 표절 대표사례를 되짚어봤다.

△인터뷰 기사 무단인용…황석영 작가의 ‘강남몽’

황석영 작가가 2010년에 발표한 소설 ‘강남몽’은 언론사가 사설로까지 표절의혹을 제기한 경우다. ‘강남몽’은 일제강점기부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까지 서울 강남의 형성사를 다룬 작품. 문제가 된 부분은 소설의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묘사한 조직폭력배의 모습이다. 소설이 나온 후 이 부분이 월간지 신동아의 조성식 기자가 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의 인터뷰 등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황 작가의 해명을 요구하는 사설까지 실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책을 출판한 창비는 “법적 자문 결과 작품특성상 법적인 의미의 표절로 판명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황 작가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대화기간의 역사적·사회적인 사실을 인용하면서 인물에 따라서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을 소설적으로 윤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후에 표절을 인정했다.

△출간 전 원고 베끼기…전여옥 전 의원의 ‘일본은 없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1993년 발간한 ‘일본은 없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 일본이 만만하다는 내용의 ‘일본은 없다’는 당시 120만부가 팔릴 정도로 반향을 얻었다. 그러나 20년 후인 2012년 대법원에서 표절확정 판결을 받았다. 전 전 의원이 일본에 머물면서 교류했던 재일교포 작가 유재순이 출간하려던 ‘일본인, 당신은 누구인가’의 취재내용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서다. 당시 재판부는 “전 의원이 유씨로부터 전해 들은 취재내용,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해 책 속의 글 중 일부분을 작성했다고 보는 게 옳다”고 판시했다. 표절 판결 후 전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당적을 옮겼으나 19대 총선 입성에 실패했다.

△애매한 저작권 침해 판결…김진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김진명 작가가 1993년 발표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재미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국의 핵개발 비화를 담은 소설이다. 450만부가 팔리고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런 중에 ‘핵물리학자 이휘소’와 ‘소설 이휘소’의 저자인 공석하 씨가 김 작가를 대상으로 표절을 통한 저작권 위반으로 법원에 제작·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공씨가 ‘무궁화…’에 앞서 ‘소설 이휘소’를 발표했기 때문. 이에 대법원은 “이용부문이 854면 중 10면 정도로 극히 일부”와 “자기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새롭게 표현했다”는 등을 근거로 저작권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표절이냐 혼성모방이냐…이인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1992년 작가세계문학상 1회 수상작인 이인화 작가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수상과 동시에 표절논란을 불러온 작품이다. 이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공지영 등의 소설을 부분 발췌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썼다. 당시 평론가 이성욱은 “국내외 소설에서 여러 부분 옮겨온 명명백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이 작가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정임의 ‘나’에서 나의 문장은 하나도 없다”며 문장을 가져온 것을 인정한 뒤 “다만 표절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한 기법인 혼성모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훗날 이 작가가 ‘내가 누구인지…’에 베낀 소설 원작자에게 사석에서 사과를 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 관련기사 ◀
☞ [신경숙표절파문①] '문학의 별' 나락으로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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