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담뱃값 더 올리겠다' Vs 애연가 '수제·외산담배로 망명'

보건당국 물가연동제 도입 등 흡연율 낮추기 총력
복지부 2016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 35% 기대
애연가들 값싼 각련·외산담배 갈아타며 흡연 지속
  • 등록 2015-01-12 오전 7:30:00

    수정 2015-01-12 오전 9:00:40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담뱃값 인상의 가격효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물가연동제의 입법이 시급합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롤링 타바코를 찾는 애연가가 몰리면서 물량이 동났습니다. 다음달에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롤링 타바코업체 직원)

흡연율을 끌어내리려는 보건당국과 애연가 사이에서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금연 정책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최고 수준인 흡연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후속 금연정책 마련에 분주하다. ‘OECD 국민의료비 통계’(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중 남성(15세 이상) 흡연율이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2016년 성인남성 흡연율이 3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성인남성(19세 이상) 흡연율은 2013년 기준 42.5%다.

보건복지부 “담뱃값 더 올려야”

37년 애연가인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최근 금연을 선언하고 ‘담배와의 전쟁’ 최전방에 나섰다. 문 장관이 꺼내 든 가장 강력한 카드는 ‘물가연동제’다. 비가격 금연정책으로는 경고그림 의무화와 금연구역 확대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과 함께 물가연동제를 도입을 추진했으나 입법 과정에서 배제됐다. 국회가 흡연자들의 저항을 우려한 때문이다. 물가연동제는 물가 인상 폭에 따라 건강증진부담금과 개별소비세 등 담뱃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담금과 세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제도다. 애연가들의 표심을 걱정하는 정치권을 설득할 필요 없이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물가가 오르면 담뱃값은 실질적으로 다시 낮아진다”며 “담뱃값 인상 효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가가 오른 만큼 담뱃값도 함께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장에 대한 계도와 단속을 강화하고, 사실상 마지막 남은 실내 흡연구역인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장기적으로 모든 실내공간을 금연구역화한다는 목표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금연지도원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소마다 금연지도원 5명을 위촉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가 직접 만들어 피우겠다”…‘롤링 타바코’ 열풍

애연가 사이에선 직접 만들어 피우는 수제담배인 ‘롤링 타바코’ 열풍이 불고 있다. 롤링 타바코 매장은 제품이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애연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이던 롤링 타바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약간의 수고만 감수하면 개비당 가격이 궐련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A롤링 타바코 매장 직원은 “제품이 품절됐다”며 “담배를 마는 기계인 ‘핸드롤링기’와 일반담배의 몸통 역할을 하는 튜브에 연초를 넣어주는 ‘튜빙머신’ 등은 다음달에나 입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초 20g이면 담배 50개비를 만들 수 있다”며 “20개비짜리 한 갑을 만드는데 2500원 정도 든다”고 설명했다.

임시방편으로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외산 담배로 갈아탄 흡연자들도 적지 않다. 던힐이 주력 제품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코리아와 메비우스 등을 판매하는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 코리아는 각각 13일과 15일까지는 기존 판매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담배 가격 인상 신고가 늦어진 때문이다. 아울러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는 인상 신고 전 출고된 제품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인상 전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양천구 A편의점 직원은 “담배 가격이 오르지 않은 외산 담배는 1인 1갑으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데도 갖다놓기가 무섭게 매진된다”며 “국산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도 가격이 오르지 않은 외산 담배를 대신 사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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