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특허 연계제도 ‘뭐길래’
지난 2012년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될 당시 제약산업은 농업과 함께 대표적인 피해 산업으로 분류됐다.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허가 특허 연계 제도’가 원인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국내 제약업계가 10년간 매년 439억~95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정부는 국내 제약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추가 협상을 통해 발효 3년 후에 시행되는 것으로 합의했다.
지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입법예고한 약사법 일부 개정안에 허가 특허 연계 제도의 주요 내용이 윤곽을 드러냈다. 식약처는 특허 분쟁 동안의 제네릭 허가절차 중단은 미국의 30개월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12개월로 설정했다. 통상 우리나라의 특허소송이 8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결국, 이 제도의 시행으로 제네릭 업체가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피해는 12개월 시장 진입 지연이라는 얘기다.
식약처 관계자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의 특허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 표면적으로는 제네릭의 시판 허가는 중단되지만 안전성·유효성 심사는 모두 진행할 계획이어서 실제 허가지연 손실은 12개월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는 오리지널의 특허를 무력화한 제네릭에 주어지는 ‘1년 독점 판매권’이다. 식약처는 특허권자 등과의 특허 관련 심판 또는 소송에서 승소한 제약사가 첫 번째로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다른 제약사의 동일한 의약품 판매를 최장 1년간 제한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우선판매 품목허가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미국에서의 독점권은 6개월이다.
제약사들의 특허 전략 강화에 대한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특정 제네릭 업체가 오리지널의 특허를 무력화하더라도 다른 업체들도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어 특허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눈치만 보다 제네릭을 발매하는 ‘무임승차’가 빈번했다.
비아그라 특허 소송의 경우 한미약품(128940), CJ제일제당(097950)이 특허소송에 참여했지만, 판결 이후에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40여개 업체가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소영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제네릭 업체는 1·2달 차이로 1년 독점권을 경쟁사에 넘겨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특허 정보가 제네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약품, 종근당(185750) 등 상당수 업체들은 한미FTA 발효 이전에 비해 특허 담당 인력을 20~30%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제네릭업체와의 경쟁도 넘어서야 할 과제다. 종전에는 국내외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제네릭 시장에 진출해 영업력에 강점을 보이는 국내업체들이 제네릭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다국적제약사들이 오리지널의 특허를 깨고 퍼스트제네릭 지위를 획득하면 국내업체들은 사실상 제네릭 시장마저 다국적제약사에 넘겨줘야 하는 실정이다.
제약사들 “복제약 허가 미리 받자”
제약사들은 허가 특허 연계 제도가 적용되기 전에 미리 제네릭 허가를 받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내년 6월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진통제 ‘쎄레브렉스’는 이미 20개의 제네릭이 허가받은 상태다. 2016년 4월 특허만료 예정된 고지혈증약 ‘바이토린’은 11개 업체가 허가를 받고 발매채비를 마쳤다.
2015년 9월 물질특허 만료를 앞둔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역시 제네릭업체들이 내년 3월 이전에 허가받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제약사 한 개발담당 임원은 “내년 3월 이후에 허가를 신청하면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적용으로 허가 시점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개발이 가능한 제네릭은 가급적 모두 내년 3월15일 이전에 허가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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