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나오는 론스타..손 놓은 금융당국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외환은행(004940)으로 수조 원의 차익을 손에 쥔 론스타가 이번엔 국제소송(ISD: 투자자-국가소송)에 나섰다. 올 초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던 금융당국은 허술한 은행법에 손도 대지 못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초 업무계획에 포함됐던 은행법 개정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담당 간부가 저축은행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론스타 먹튀 논란이 외환은행 매각 당시보다 잦아든 탓이다. 애초 금융위는 론스타 사건을 계기로 은행소유 규제에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연내에 은행법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자산이 총자산의 25% 이상이거나 2조 원을 웃돌면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자본은 금융회사 지분을 9% 초과(과거 론스타 인수시점에는 4%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은행법상 2조 원으로 제한된 비금융주력자 판단의 적정성, 론스타를 통해 제기된 동일인 실체 범위문제와 함께 징벌적 매각조항이 없다는 점 등이 주요 문제로 대두됐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실질적인 론스타의 비금융자산이 2조 원을 넘었다는 자료가 속속 제시되면서 최근 법원에선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 적이 있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윤창호 금융위 은행과장은 “현재 은행 소유규제 개선작업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자리걸음인 금융당국과 대조적으로 론스타는 국제소송을 통해 차익을 극대화하려고 분주하다. 론스타는 지난 5월 우리 정부에 투자자 국가소송(ISD) 회부 의사를 제기했으며 6개월의 자율 중재기간이 끝나는 11월22일께 세계은행(WB)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공식 제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 국세청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은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어떠한 멘트도 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