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특허권 강제실시`를 동원해 항바이러스치료제 타미플루의 국내생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특허권을 무시하고 생산을 해도 되는지, 특허권 문제가 아니라도 국내 제약업체들의 생산능력은 있는지에 대해 업계와 정부당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허권 강제실시 가능할까
`특허권 강제실시`란 공익적·비상업적 목적을 위해 특허기술을 정부가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위급상황 발생시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리를 무시하고, 복제의약품(제네릭)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이 경우, 이론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은 타미플루와 동일한 복제약품들을 생산·보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외국계 제약사가 해당약품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고, 특허권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특허권 강제실시가 가능한지를 놓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업계에서는 태국의 예 등을 들어 강제실시권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태국 정부는 에이즈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자, 지난 2007년 초 애보트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사노피-안벤티스의 심장질환 치료제 `플라빅스`의 특허를 파기하고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다. 인도의 경우에는 물질특허 자체가 없어 다수의 복제약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당국은 신중한 반응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5일 "신종플루의 대대적인 확산으로 치료제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국내에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의 생산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중 타미플루를 생산할 수 있는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는 2015년까지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보유중인 로슈는 특허권 강제실시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중간 물질의 제조를 위한 전세계 공급망의 일부로 지난 2005년 유한양행을 선택한 일은 있지만, (한국제약사들이)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갖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제약사 "생산능력은 있다"-당국 "글쎄"
특허권 강제실시가 가능하느냐는 것과 별개로,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능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엇갈리고 있다.
몇몇 국내 제약사들은 "타미플루와 동일한 효과를 지닌 약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녹십자(006280) 관계자는 "중국에서 조류독감이 창궐했을 때 식약청이 조류독감 치료제(타미플루)와 똑같은 약을 만들 수 있는 제약사를 조사한 일이 있다"며 "이때 타미플루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식약청에 알렸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2005년말쯤 타미플루의 원료샘플과 함께 생산 가능한 원료의약품의 분량, 제조 방법, 공정도, 효능 및 효과, 기준 및 시험 방법, 원료시험서와 분석 데이터 등의 내용이 담긴 증명서류를 식약청에 제출했다"며 "생산이 가능하다는 일종의 자격도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다르다.
식약청 관계자는 "지난 2005년에 제약사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것은 유사시 타미플루 복제약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타미플루의 원료 중 일부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제약사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타미플루 완제품 생산 능력 점검이나 생산할 제약사 선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실제로 타미플루를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한번도 검토한 일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도 "어떤 제약사도 타미플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은 곳은 하나도 없다"며 "기술적인 수준에서 국내제약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원료(타미플루 원액)를 캡슐에 담는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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