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산재 후 사망… 法 "인과관계 인정돼야 유족급여 지급"

1986년 업무상 재해, 요양하다 2020년 사망
유족급여 청구, 근로복지공단이 거부…소 제기
법원 기각…"사망-산재 인과관계 인정되지 않아"
  • 등록 2024-09-30 오전 7:00:00

    수정 2024-09-30 오전 7: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더라도 30여년이 지난 뒤 이르게 된 죽음과 산재 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근로복지공단이 유족에게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가정법원 전경. (사진= 백주아 기자)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원고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1986년 업무상 재해로 양측 하지마비 등의 상해를 입고 34년간 와병 생활을 해온 B씨는 2020년 9월 ‘독성 거대결장’으로 사망했다. B씨의 배우자 A씨는 남편의 사망이 과거 산재와 관련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34년간의 와병 생활로 인한 심신 쇠약과 면역력 저하, 그리고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한 마약성 진통제가 독성 거대결장을 유발했거나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B씨의 사망과 기존 산재 승인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사망진단서에는 사망 원인이 ‘독성 거대결장’으로만 기재돼 있을 뿐 기존 승인 상병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의뢰한 감정의는 “B씨의 경우 염증성 장질환이 없어 패혈증이나 급성 장관 감염이 독성 거대결장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오랜 와병 생활과 패혈증, 급성 장관 감염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마약성 진통제 복용이 독성 거대결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으나, 이는 통상적·이론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기존 산재와 B씨의 사망 사이에 유력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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