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뽑아든 정부…LH '해체수준' 조직개편 어떻게

정세균 "해체 수준의 혁신" 강력 예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 11년만에 해체설 부상
공룡 공기업 방만 경영도 논란…2019년말 기준 부채만 126조
20명 중 11명 변 장관 LH사장 재임 시절 투기 의혹
  • 등록 2021-03-12 오전 6:10:00

    수정 2021-03-12 오전 9:57:51

사진은 11일 오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나와 차량에 탄 변창흠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하지나 황현규 원다연 기자]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과연 더 이상 기관이 필요한가’ 하는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한다. LH가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 탈퇴할 수 있게 해체수준의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LH 조직을 혁신하겠다며 칼을 뽑아 들었다. 정 총리는 11일 ‘LH직원 투기의혹’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국민에 대한 배신’ ‘해체 수준의 혁신’ 등의 단어를 써가며 맹비난했다. 정 총리가 빼든 칼의 한 켠에는 변창흠 장관도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1차 조사 결과 투기 의혹 20건 중 11건이 변 장관이 사장 재임 시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변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LH 통합 11년만에 존립 ‘위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9년 10월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된 지 11년만이다. 정 총리는 이날 “LH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혁신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해체 수준’의 혁신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의 교감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가 LH 조직 개편의 화두를 던진 만큼 12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리는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도 관련 방안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 총리 발표가 있었던 만큼 기재부도 관련 내용의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며 “LH란 큰 조직에 대한 혁신방안 마련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날 회의에서 총리 말씀에 대한 부총리의 의견 표명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H 조직을 과거처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로 분리하는 방안이나 주거복지나 토지개발 등 사업 분야별로 분리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LH가 수행하는 주요 사업은 △도시조성사업 △도시재생사업 △지역균형사업 △공공주택사업 △주거복지사업 △국가정책사업 등으로 공공주택 공급부터 국토 개발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LH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공적기능을 수행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신도시·택지 개발 등에서 거둔 이익으로 보전하는 ‘교차 보조’를 시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개발 이익들이 발생했고 이 같은 사태가 불거진 것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지난 2001년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 6개 자회사로 분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해체 필요성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학과 교수는 “방만 경영 등 고질적인 병폐와 오랜 독점적 지위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LH 조직을 분산·축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LH에 대해 “공룡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란 지적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2019년 기준 LH 총부채는 126조68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378.5%이다. 정부 자금도 꾸준히 투입됐다. 지난해 정부는 유상증자를 통해 2조6700억원을 투입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조7465억원이다. 또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차입금은 주택도시기금 33조8500억원을 비롯해 2019년말 기준 42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재 LH의 임직원 수는 9566명에 이른다. 2015년 6418명에서 5년새 50% 가량 늘었다.

서인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개발 성장 시대가 아니고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LH도 개발 주체가 아니라 관리 주체로 가야 한다. 그에 맞춰 조직을 슬림화하고 예산의 방대함과 비효율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만 경영 논란…변창흠 책임론에 2·4 대책도 흔들

더욱이 지난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LH사장으로 재직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리더십과 향후 공급대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1차 조사 결과 20명 중 11명이 변 장관이 LH사장으로 재임시절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변 장관은 국토부 장관 취임 후 2·4 대책을 첫 부동산 정책으로 발표, 광명시흥 신도시를 직접 선정하기도 했다.

변 장관의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발언도 책임론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다. 지난 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LH직원들이 광명시흥의 공공택지 개발을 모르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진심이냐”고 묻자 “내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도 공개적으로 변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변 장관은) 이렇게 된 책임을 지고 오늘 내일은 아니더라도 조만간에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LH의 조직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3기 신도시 및 2·4 공급 대책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LH 배제 검토를 부인하면서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정부 정책 신뢰도는 추락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에 관계없이 변 장관의 리더십에 타격은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2·4 공급 대책은 변창흠 장관의 시그니처와 같은 정책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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