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교 꼬막정식 |
|
| 벌교시장 좌판을 가득 메운 꼬막 |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겨울바람이 제법 차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에 가시가 달린 듯, 절로 목이 움츠러든다. 겨울바람이 차가울수록 겨울 바다는 오히려 맛이 깊어진다. 기름진 갯벌에서 조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바닷물고기는 튼실해지며, 차가운 물속에서 해초는 연하고 부드러워진다.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다.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냉장·냉동 기술이 발달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지만, 제철에 먹는 맛에 비할 바 아니다.
| 꼬막회무침 |
|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지난 주말에 찾은 벌교에는 꼬막 자루가 장거리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꼬막은 세 종류가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똥꼬막’이라고도 하며, 껍데기에 난 골의 폭이 좁고 표면에 털이 있다. 제사상에 오르기 때문에 ‘제사 꼬막’으로도 불리는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껍데기가 두껍고 골이 깊다. 새꼬막은 배를 이용해 대량으로 채취하고, 참꼬막은 갯벌에 1인용 ‘뻘배(널)’를 밀고 들어가 직접 캔다. 완전히 성장하는 데 새꼬막은 2년, 참꼬막은 4년이 걸린다. 값도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5배 정도 비싸다. 새꼬막은 쫄깃해서 무침이나 전으로, 참꼬막은 즙이 많아 데쳐서 먹는다. 피꼬막은 새꼬막이나 참꼬막보다 2~3배 이상 크다.
| 육즙이 가득한 참꼬막 |
|
벌교에서 꼬막을 먹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에 가는 것이다. 한 집 건너 하나가 꼬막정식을 파는 식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1인당 2만원 정도면 꼬막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데친 참꼬막, 꼬막을 듬뿍 넣고 부친 전, 갖은 채소를 곁들여 매콤하고 새콤한 회무침, 새꼬막을 푸짐하게 넣은 된장찌개 등이 나온다. 나중에 공깃밥을 주문해 참기름 한 숟가락 둘러 비벼도 별미다. 꼬막탕수육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식당 주인은 꼬막을 넣고 끓이다가 거품이 나면 바로 건져야 맛있다고 귀띔한다. 꼬막이 껍데기를 벌릴 때까지 삶으면 질겨지니 주의한다.
| 참꼬막과 새꼬막 |
|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소설태백산맥문학기행길’이 있다. 2011년 조성된 이 거리에는 피아노학원, 문방구 등이 개화기 건물 속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목조건물로, 판자벽에 함석지붕을 올렸다. ‘태백산맥’에서는 ‘남도여관’으로 등장했으며, 빨치산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숙소로 사용됐다. 보성여관은 복원 사업을 거쳐 2012년 카페와 숙박 시설로 다시 태어났다.
보성여관 옆 삼화목공소는 1941년에 지은 건물로, 지금은 목수 왕봉민 씨가 운영한다. 1955년 선친이 운영하던 목공소를 물려받았다. 골목을 따라 조금 가면 화폐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건물이 있다. ‘태백산맥’에서는 금융조합장 송기묵과 현 부자네 집안사람인 남도여관 주인 현준배가 염상진 부대의 손에 죽는다. 태백산맥문학관,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싶다.
| 꼬막탕수육 |
|
◇여행메모
△여행코스=벌교꼬막정식거리→소설태백산맥문학기행길
△가는길=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논산 JC에서 광주·익산 방면→익산 JC에서 장수·완주·순천 방면→완주 JC에서 순천·남원 방면→동순천 IC에서 여수·광양항 방면→신대교차로에서 목포·보성·여수 방면→해룡교차로에서 목포·보성·순천만 IC 방면→순천만 IC에서 벌교·순천만습지 방면→금치재교차로에서 광주·벌교·낙안읍성민속마을 방면→회정교차로에서 광주·낙안·낙안읍성민속마을 방면→벌교꼬막정식거리
△잠잘곳=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는 보성읍 송재로의 춘운서옥이 있다. 이외에도 벌교읍 태백산맥길에 보성여관, 회천면 충의로의 보성다비치콘도가 있다.
△먹을곳= 벌교읍 계두길의 거시기꼬막식당, 조정래길의 정가네원조꼬막회관, 벌교읍의 장도웰빙꼬막정식에서는 꼬막정식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