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남역 묻지마 살인’ 기소…“여성혐오 범죄로 보긴 무리”

평소 여성비하 혹은 증오했다는 정황 발견 못해
검찰조사 때도 “여성혐오 범행 아니다” 수회 주장
檢 “자신에 대한 사회 분노 잘 알아…죄의식은 없어”
  • 등록 2016-07-10 오전 9:00:00

    수정 2016-07-10 오전 9:00:00

지난 5월 21일 한 시민이 서울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을 기리는 추모의 벽에 메모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검찰이 지난 5월에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재판에 넘기며 “여성혐오 범죄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김모(33)씨를 살인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검찰은 법원에 치료감호 및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지난 5월 21일 새벽 조현병(정신분열증) 등을 앓던 김씨가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2세 여성 A씨를 식칼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김씨는 피해자 A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점, 사건 이틀 전 김씨가 한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를 맞아 피해의식을 느껴 범행을 결심한 점 등 때문에 ‘여성혐오 범죄’라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가출상태였던 김씨가 피해망상이 동반된 조현병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일 뿐, 여자가 싫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결과 김씨의 메모, 휴대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참고인 진술 등에서는 ‘여성혐오’라고 할 만큼 여성을 차별 혹은 비하한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 실제 김씨는 어머니가 소개한 여성과 한동안 교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2009년부터 조현병 치료를 받았던 김씨는 지난 3월 가출해 화장실이나 빌딩계단에서 숙식하면서 전혀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피해망상 증세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경찰에서와 동일하게 여성에 대한 혐오 또는 증오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다고 수차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사회가 자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이 때문이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 다소 방어적으로 진술했다”며 “표면적으로는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죄의식이나 반성의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에 대한 보호 및 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김씨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에도 철저히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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