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수주 산업 특성상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따져 수익을 미리 인식하는데요, 공사가 완전히 끝난 뒤 분양대금이 들어와 봐야 진짜 수익이 얼마인지 알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었더니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났다면 미리 잡았던 수익은 손실로 돌변할 수도 있지요. 건설업계는 분양가격이 정해져야 예상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데 이 분양가가 정해지기도 전에 사업장 손실을 반영하라는 금감원의 지적은 잘못됐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적하는 것은 이 건설사의 적자 수주입니다. 공사 입찰을 따내기 위해 공사에 투입되는 원가보다 더 싼 수주금액을 제시하며 덤핑 입찰에 나섰다면 분양가가 정해지기 전이라도 손실로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앞으로 공사에 투입해야 할 원가는 100억원인데 수주한 금액은 70억원 밖에 안된다면 초기 단계의 사업장이라도 역마진이 예상되는 30억원을 예상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이지요.
건설사들의 ‘회계 꼼수’는 또 있습니다. 건설사가 스스로 벌인 자체공사를 마치 시행사로부터 수주한 도급공사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지요. 건설사는 자체공사를 할 때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지 않고 분양까지 마무리된 뒤에 수익을 인식합니다. 화가가 일감을 얻어 그림을 그린다면 미래에 들어올 수익은 일감을 준 곳으로부터 받을 수 있으니 거의 확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저 취미 생활로 그린 그림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불확실합니다. 그림을 다 그린 뒤 누군가가 그림을 사갔을 때 수익이 생기는 것처럼 건설사도 자체공사일 때는 분양이 마무리 됐을 때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겁니다.
심지어 건설사가 스스로 건설한 아파트가 미분양이 났는데도 명의를 시행사로 해놓고 수익으로 잡기도 했습니다. 위장 시행사는 서류상 회사에 불과하니 미분양에 따른 손실은 건설사까지 모두 지는 구조이지만 수익부터 앞당겨 인식하기에만 급급한 것이 지금 건설업계의 회계처리 방식입니다.
대우건설의 경우에도 내부 고발자가 금융당국에 분식회계 혐의를 제보하면서 이 같은 회계처리 행위를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부채를 몽땅 숨기거나 수출 실적을 부풀리는 등 초보적인 수준의 분식회계가 있었습니다. 대우그룹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후 회계기준과 감사, 감독이 강화되면서 회계 투명성 수준은 상당 부분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무줄 회계’로 지적받는 업종이 건설업입니다. 이번 논란이 회계 투명성이 한 단계 더 진일보하는 산통이 되기를 기대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