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서울의 한 보험회사 직원인 D씨는 지난해 7월 동료 여자 보험설계사 E에게 카카오톡을 이용,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성행위 장면만 편집한 2분35초짜리 동영상 파일을 전송했다. E씨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고 또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과도 심하게 다퉜다. E씨는 D씨를 고소했고 사건은 결국 법정으로 갔다.
지금 메신저 프로그램이나 카카오톡을 통해 야한 농담이나 사진을 보내려다가 멈칫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혹은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던 기억이 떠오르셨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두 개의 사례 중 하나는 무죄, 다른 하나는 벌금 3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습니다. 두 사례 중 어떤 것이 무죄를 받았을까요? 정답은 ‘사례1’입니다.
PC나 스마트폰 등 통신매체를 통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이나 동영상을 보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가 적용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 같은 법 제16조에 따라 500시간 내외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도 이수해야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사례1’의 재판을 맡았던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근수)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음담패설이 바로 과실(過失), 실수로 전송됐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메시지를 잘못 보냈다는 사실을 회사 관계자와 함께 확인한 뒤에야 알았다고 합니다. A씨는 이 사건 발생 전에도 종종 C씨에게 메시지를 잘못 전송한 적이 있었다는 증거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또 A씨는 고소장이 제출되기 전 피해자 C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자들이 잘못 전송됐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고요.
메시지 전송이 실수라는 것이 인정된 A씨는 ‘과실로 인해 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한다’는 형법 14조에 따라 무죄로 인정됐습니다. 성범죄는 실수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는 과실치사상, 실수로 불을 내는 실화와 달리 과실로 인한 처벌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A씨를 변호한 강동원 법무법인 정의 변호사는 “일정한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20년간 신상정보가 등록되고 공개되는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음란 동영상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2월 부산에서도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20대 여자에게 스마트폰을 이용, 음란한 사진을 보낸 20대 남자가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6시간 이수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남자는 “동성친구에게 보내려다 실수로 보냈다”고 항소했지만 기각당해 꼼짝없이 벌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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