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랜드 본사 앞.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남성 직원들이 반 이상이다. 빨강·파랑 등 색깔도 형형색색이다. 이 회사에 다니는 김인기(32·가명)씨는 “긴바지는 덥고 불편할 뿐 아니라 비에 젖으면 출근해서도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라며 “처음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할 때는 어색했지만 이젠 편하고 시원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반바지가 유행인데다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반바지를 입는 남성 직원의 비율이 더 늘었다. 2011년부터 반바지 차림 출근을 허용한 쌍방울 역시 최근 들어 반바지를 입는 남성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부 시책으로 사무실 온도가 26도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직장인들이 비상에 걸렸다. 노타이에 반팔 티셔츠 등의 쿨비즈룩은 기본이고 회사 분위기에 따라 반바지 차림을 도전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 무인양품 USB 선풍기(위), 마이프랜드 USB 선풍기(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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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안에서도 더위와의 사투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당장의 땀을 식혀줄 미니 선풍기는 회사원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실내온도 제한을 받는 거의 대부분의 사무실에서는 책상마다 USB 선풍기나 1인용 선풍기가 놓여 있을 정도이다.
BGF리테일 직원 윤모씨(33)씨는 “사무실 온도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더울 정도라서 지난주에 팀원들과 함께 온라인몰에서 USB 선풍기를 공동구매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사 직원들도 대부분 개인 선풍기를 자리에 비치해두고 있다. 롯데백화점 임모(29) 대리는 “그나마도 절전을 위해 USB나 전기를 이용하는 선풍기는 극심하게 더울 때만 간간히 트는 정도”라며 “건전지를 이용하는 개인용 미니선풍기를 주로 활용한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아예 회사에서 USB 선풍기를 사서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탁상용으로 쓸 수 있는 미니선풍기의 매출은 최근 들어 급증했다. 10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5~6월 두달간 미니선풍기의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40% 가량 뛰었으며 이달 들어서는 315%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지난 5월 43% 정도였던 미니선풍기의 매출 신장률이 6월에는 187%, 7월 들어서는 400%에 육박하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USB 선풍기의 경우 전력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절전형 상품으로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쿨젤매트와 아이스 방석 등 실내온도를 낮춰주거나 체온을 낮춰주는 다양한 쿨링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아이스 머플러, 아이스 조끼, 냉풍 선풍기(제공: G마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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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쫓기 위해 오히려 옷을 더 껴 입는 곳도 있다. 내부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백화점 지하주차장. 덥고 습한 날씨에 공기순환이 안 돼 체감온도가 더 높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머플러까지 두르고 있다. 보온이 아니라 보냉을 위한 것이기 때문. 롯데백화점 부평점은 이달 초 야외에서 근무하거나 활동량이 많은 주차·미화 직원들을 위해 ‘아이스 머플러’를 제공했다. 이 머플러는 냉감소재로 돼 있어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쿨토시나 아이스조끼 등을 덧입고 근무하는 직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마트에서는 회사 유니폼을 개조했다. 이마트는 최근 본사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 소재를 기존 면에서 통풍이 잘 되고 신축성이 좋은 소재로 바꿨다. 디자인 역시 입었을 때 조금 더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마다 수정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확실히 예전보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 훨씬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며 “그래도 더울 땐 점포 차원에서 단체로 팥빙수나 수박 등 시원한 음식을 놓고 파티를 여는 등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한편, 더위를 쫓을 수 있는 이색 아이디어 상품들도 인기다. 일명 뿌리는 에어컨으로 불리는 ‘쿨링 스프레이’는 액체알코올과 향료가 포함된 냉각액체로 구성돼 겉옷 위에 분사 시 액체가 기화되면서 약 10분간 냉각효과가 지속된다. ‘USB 냉풍기’는 날개가 없는 신개념 선풍기다. 필터에 물을 묻혀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시원한 바람이 나와 에어컨 대용으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