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라회’에서 수천억원대 철강업체 짬짜미

공정위, 철강 업체 첫 제재
포스코·동부제철 등 ‘아연할증료’라는 도입, 가격인상 전가
  • 등록 2012-12-30 오후 1:50:00

    수정 2012-12-30 오후 1:50:00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제철업계의 절대강자인 포스코(005490)를 견제하기 위해 냉연강판·칼라강판 등을 담합한 동부제철(016380), 현대하이스코(010520), 유니온스틸(003640) 등 철강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천억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번 조치는 냉연·아연도 ·칼라강판 등을 담합한 철강 업체에 대한 첫 제재 조치다.

공정위는 냉연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한 3개 업체, 아연도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한 5개 업체, 아연할증료를 담합한 6개 업체, 칼라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한 6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먼저 냉연강판을 제조·판매하는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3사는 지난 2005년부터 11차례에 걸쳐 냉연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했다. 현대하이스코의 과징금이 253억 9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동부제철 46억 3500만원, 유니온스틸 12억 3700만원 순이었다.

이들은 냉연강판에서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포스코가 가격을 올릴 경우를 대비해 포스코 인상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는 수법으로 담합했다. 이들 업체는 영업임원 모임을 통해 가격 인상 기본 내용을 합의하고, 영업팀장들이 세부 내용을 조정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서울 강남 소재 음식점이나 경기 소재 골프장 등에서 저녁모임의 경우 ‘동창’, ‘소라회’,‘낚시회’ 등의 은어를 이용해 철저히 담합을 위장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아연도강판 역시 포스코의 가격 인상을 의식해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포스코강판 등 5개사는 2005년부터 10차례에 걸쳐 가격을 담합했다. 칼라강판의 경우에도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포스코강판 등 6개사는 2004년부터 16차례에 걸쳐 칼라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했다. 칼라강판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6개사가 담합을 함으로써, 시장 가격을 완벽하게 조정한 혐의다. 과징금은 현대하이스코 228억 5100만원, 동부제철 171억 7000만원, 세아제강 137억 3400만원 등을 부과받았다.

또 아연도강판을 제조·판매하는 포스코, 포스코강판, 동부제철 등 6개 사업자는 ‘아연할증료’라는 개념을 적용해 아연도강판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 지난 2006년 아연가격이 전년비 2배 가까이 폭등하자 안연도 강판 제조사는 아연가격 상승분을 수요자에게 떠넘기기 위해 ‘아연할증료’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

‘아연할증료’는 아연도금강판 제조시 필수적인 아연가격 상승분을 아연도강판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아연도강판 가격 인상의 우회적인 수단으로 활용됐다. 여기에는 업계 1위인 포스코 역시 아연가격 인상에 참여했다. 과징금 규모는 포스코가 983억 2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하이스코 270억 4600만원, 동부제철 174억 8900만원 순이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900억원 가량을 부여받은 포스코는 “회사측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공정위가 일부 관계업체의 엇갈린 진술에 의존해 판단한 것 같아 아쉽다”며 “행정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건재용 판재시장에서 냉·아연도 및 칼라강판 제조사들의 다년간 가격담합을 철저히 밝혀 낸 첫 사례”라며 “할증료 도입이라는 편법을 통해 원가인상분을 수요자에게 전가시키는 신종 수법까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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