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7월 17일 이역만리 체코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체코 정부가 24조원에 달하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원 컨소시엄을 선정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졌다. 이번 원전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건설 이후 15년 만이자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의 숨은 주역 중 하나가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은 체코 에너지 안보특사 면담과 관심 서한 발급, 현지 금융지원 설명회 등을 통해 체코 원전 수주를 뒷받침했다. 특히 바라카 원전의 ‘예산 내 적기 시공(on time on budget)’을 위해 국내 금융기관 유일하게 금융지원을 한 수출입은행의 이력도 강점으로 발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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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의 수장인 윤희성 행장은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윤 행장의 리더십은 ‘인재’를 중요시하는 그의 성품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직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윤 행장의 리더십이다. 이런 까닭에 ‘소통’과 ‘경청’을 중시한다. 윤 행장이 평소 과도한 의전을 생략하는 것도 이런 철학과 맞닿아 있다.
윤 행장의 소통 리더십은 ‘다독’에서 나온다. 평소 역사부터 지리, 예술, 스포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을 읽으며 전문분야인 금융 외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있다. 그의 다독 습관은 대외 업무에서도 강점으로 발휘되고 있다.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많은 윤 행장은 각국 정부 인사와 해외 사업 관련 관계자와의 미팅이 잦은 편이다. 윤 행장은 다방면의 지식을 통해 해당 국가와 연관된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전언이다. 딱딱한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를 온화하게 바꾸는 동시에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전략적인 소통법이다.
공급망 안정화 기금에 법정자본금 상향까지…역할 커진 수은
윤 행장의 어깨가 올해 한층 무거워졌다. 올해 5조원을 시작으로 내년 이후 최대 10조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운영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공급망 안정화 기금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핵심광물 등 자원 안보, 식량자원 등 필수재, 물류 인프라를 지원한다. 예컨대 2차전지는 리튬 등 원재료 확보를 위한 자금, 배터리 생산을 위한 자금(시설·운영), 유통·판매를 위한 자금 등에 지원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이 우리나라 경제안보의 수문장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윤 행장의 의지도 남다르다. 윤 행장은 최근 공급망 안정화 기금과 관련 “경제안보 관련 품목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기업에 경쟁력 있는 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의 최대 성과는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한 것이다. 공급망 안정화 기금의 출현 배경인 국제 무역질서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이에 수출입은행은 앞으로 5년간 인프라·원전·방산 등 전략 수주분야에 85조원을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에 50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윤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장기적 발전 방향도 대외환경의 변화, 늘어난 법정자본금 등을 바탕으로 세웠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대출과 보증 중심의 지원기관에 머물렀지만 K-금융 패키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국제협력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윤 행장이 지난달 1일 수출입은행 창립 48주년 기념사에서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전통적인 수출금융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우리 수은의 목표는 빠른 추격자가 아닌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선도자가 되는 것이다”고 강조한 이유다.
■윤희성 행장은
△1961년 부산 출생 △1984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1988년 한국수출입은행 입행 △2012년 홍보실장 △2015년 자금시장단장 △2019년 혁신성장금융본부장 △2021년 우리금융캐피탈 사외이사 △2022년 7월~ 제22대 한국수출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