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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수진 인천지검 공판송무1부 검사(28세·변11회)의 촉은 피해갈 수 없었다. 마음이 바뀐 남편이 아내를 보호하려 거짓증언한다고 판단한 박 검사는 남편이 제출한 자필 진술서, 증인선서서, 설명서 등의 글씨체가 같은 사람의 것이 맞는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에 감정을 신청했다.
법과학분석과는 ‘모두 같은 사람의 글씨체일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상황도 글씨는 내가 쓴 것이 아니다’는 남편의 진술은 거짓이었던 셈이다.
박 검사는 감정 결과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고 법원은 아내의 특수상해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긴 했지만 행위의 위험성을 묵과할 수는 없었다는 게 박 검사의 부연이다.
변호사시험 11회 합격, 작년 11월에 부임한 새내기인 박 검사는 “형사법 공부가 재밌었다. 원래 규칙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이다”라고 겸연쩍게 웃었다. 천직에 안착한 덕분인지, 유죄 입증이 다소 까다로워 보이는 사건들도 박 검사의 포망은 피해가지 못했다.
또 다른 일례로, 한 강제추행 사건 피고인은 ‘CCTV 영상을 봐도 내가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장면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박 검사는 법과학분석과에 해당 영상 감청을 신청했고 화질개선 및 확대 처리된 영상을 회신받았다. 개선된 CCTV 영상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에 손을 얹은 뒤 피해자의 몸이 뒤로 밀릴 정도로 힘을 주는 모습이 확인됐고 결국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박 검사는 “과학적인 기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유죄 입증이 상당히 어렵고, 자칫 무죄가 선고될 수 있었던 사건들”이라며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게 노력한 법과학분석과 덕분이기도 하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최근 이상동기 흉악범죄 소식이 끊이지 않으면서 온 국민이 ‘언제든 나도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 가운데, 박 검사는 “국민의 이런 불안감을 덜어주고 신뢰받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박 검사는 전국의 범죄를 꾀하는 자들을 향해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사실을 드러내는 방법들은 이미 충분히 마련됐고, 앞으로도 검찰은 첨단 수사 기법들을 적극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죄를 지으면 반드시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