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각…은퇴 후 얼마 받는지 연금통계 만들겠다"

[만났습니다]류근관 통계청장①
"고령화 심각한데 정책 기반 연금통계 없어"
"공공·민간연금 데이터로 포괄적 통계 구축"
"물가 통계에 집값 반영, 사회적 합의 필요"
  • 등록 2021-10-13 오전 6:51:35

    수정 2021-10-13 오전 6:51:35

류근관 통계청장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와 같이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서 포괄적인 연금 통계도 구축돼 있지 않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금통계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최훈길 기자] “우리나라와 같이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서 포괄적인 연금 통계도 구축돼 있지 않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관계부처들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개개인의 연금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를 오는 2023년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류근관 통계청장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금 통계 개발은 최근 통계청의 최대 화두다. 개개인의 은퇴 이후 노후 준비 현황을 파악해야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데, 기반이 될 통계가 아직까지 구축돼 있지 않아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고령화 속도는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의 두 배 수준에 달하고, 노인 빈곤율은 가장 높다.

류 청장은 공공기관마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가 제대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어 정책 근간이 되는 통계조차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통계청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부처, 기관마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통계등록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데이터센터에 법적 근거를 부여하기 위한 통계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다음은 류 청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통계청이 구축하려는 통계등록부에 대해 설명해달라.

△쉽게 생각해 학교의 학적부 개념으로 보면 된다. 학적부에 학생의 기본적인 정보에 더해 각 과목마다 선생님들이 그에 관한 정보를 적어넣지 않나. 통계등록부도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기업의 기본 정보에 부처마다 갖고있는 정보를 추가해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다.

-통계등록부를 활용해 연금 통계를 어떻게 만들 예정인가.

△통계등록부의 기본적인 종류로 인구·가구 통계등록부, 주택 통계등록부, 기업 통계등록부 등이 있다. 이같은 통계등록부에 서로 다른 데이터를 결합해 정책 수립에 필요한 다양한 통계를 생산해 낼 수 있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른데 자식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인식은 약해지고 있지 않나. 고령층이 은퇴 후 어떻게 먹고 사는지를 공공·민간 연금을 모두 연계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정책을 펼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이런 기반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 통계청이 개발 중인 포괄적 연금 통계는 인구·가구 통계등록부의 고령자 정보에 국민·직역·퇴직·개인·주택연금 등의 데이터를 연계해 개인별·가구별 연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금 통계는 언제쯤 공표되나.

△현재 관계부처들을 설득해 준비하고 있고 개발, 시산(試算) 과정을 다 거치면 2023년쯤 공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계부처 간 데이터 공유 협조가 가속화돼 공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와 높은 노인 빈곤율 등을 고려하면, 핵심적인 통계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통계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통계법 개정은 통계등록부 구축을 목적으로 공공기관의 장에게 행정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실지조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또 이렇게 연계된 자료를 안전하게 분석할 수 있는 통계데이터센터의 구축과 운영에 대한 규정도 담고 있다.

데이터는 더 많이 모이고 결합할수록 그 가치가 커지는 만큼, 이는 국가 경제와 민간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안은 현재 입법예고 단계를 거쳤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K-통계체계와도 연계되는 건가.

△그렇다. 통계청이 구축하려는 K-통계체계는 쉽게 말해 통계등록부와 같은 데이터에 암호화 기술을 입혀 어디서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진일보한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동형암호(암호화 상태에서 데이터를 결합하고, 연산·분석 등이 가능한 차세대 암호 기술)와 같은 최신 암호기술을 기반으로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분으로 연계, 분석할 수 있는 공공 빅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오는 2025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대를 통해 동형암호 적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올해부터 동형암호 기술을 활용한 국가통계 분석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아울러 내년에도 데이터 프라이버시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류근관 통계청장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물가 통계에 집값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태형 기자)


-물가 상승으로 물가 통계에 대한 관심도 높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발표 주기가 한 달이 되다 보니까 특정 물품들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이를 빠르게 반영하지 못해 체감과 통계가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서 수집한 실시간 온라인 물가 정보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수집 데이터의 품질 평가와 AI를 이용한 자동 품목 분류 등의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온라인 물가 정보는 소비자물가지수의 극히 일부를 구성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테마별 물가와 같이 다양한 실험적 통계로 수집한 자료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물가 통계에 집값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전·월세 비용만 반영돼 있고 자가 주택의 비용은 반영돼 있지 않다. 집값이 오르면 자가주거비가 그만큼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 통계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내 주머니에서 더 나간 돈이 없다고 보면 이를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주택시장의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하면 해당 품목의 등락이 다른 품목의 등락을 압도해 소비자물가지수의 흐름을 결정해 버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결정하는 품목에 어떤 것이 반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경제사회적 계층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인구 추계의 정확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인구통계를 위해 추계모형 개선과 추계 주기 단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5년의 주기는 2년으로 단축됐다. 또 비혼과 만혼 확대 같은 인구구조 변화와 코로나19와 같은 사회변동을 고려해 출산력과 국제이동 추계모형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장래인구추계 결과는 오는 12월에 공표할 예정이다.

-통계청이 경기 정점·저점을 공식 판단하는데 향후 전망은?

△지난해 통계청은 경기 정점을 2017년 9월로 판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 저점을 판단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에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 등의 종합적인 논의를 통해 정점과 저점을 판단할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과거 저점이 어디였는지를 판단하기에도 충분한 정보와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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