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외대, '순실대' 오명 벗으려면

  • 등록 2017-12-11 오전 6:00:00

    수정 2017-12-11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일종의 특례를 적용해 학교가 용인하는 관례였다.”

김인철(60) 한국외대 총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학점 특혜 관련 총장-학생 간담회에서 “교수 재량으로 학생이 취업됐을 경우에도 일종의 특례를 적용했다”며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교수 시절인 2012년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국제스포츠레저학부에 입학한 김인경 선수(LPGA 상금 랭킹 12위)에게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높은 학점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다.

김 선수에게 특혜를 제공한 건 맞지만, 관례였으니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군색한 변명이다. 총장이 된 뒤로는 규정을 철저히 마련해 불합리한 일이 없도록 처분했다지만, 이는 총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지난 2009년 고려대에 입학한 뒤 첫 학기 두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다. 당시 학교 측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특별대우를 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외대 학생들은 ‘출석 안해도 A+, 외대는 현재 순실대’ 플래카드를 내걸고 김 총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촛불 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새 시대의 기조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다. 각 분야의 적폐 청산에 공을 들이는 것도 그간 관례이라는 이름아래 자행된 각종 부조리·부정의와 단절하기 위해서다.

유명인이란 이유로 편의를 봐주고 특혜를 준 것은 ‘관례’를 핑계로 어물쩍 넘어갈 양해의 대상이 아니라, 적폐이자 처벌해야 할 대상이다. 더군다나 학문과 진리를 탐구해야 할 상아탑에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지난달 24일 열린 교수 직접선거에서 58%의 지지를 얻은 김 총장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3월부터 4년 간 더 한국외대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 대학 행정학과 졸업생이기도 한 김 총장이 후배들을, 나아가 자신과 학교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진정한 사과와 함께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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