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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중동 진출을 위한 발걸음에 힘을 싣고 있다.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회사는 현대중공업이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 정기선 선박해양영업부문장(전무) 등 최고경영진은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인 아람코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알 팔리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 아람코 부사장 2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추진해온 현대중공업-아람코 간의 합작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합작법인을 만들어 조선소를 건립하고 엔진 제조공장 등을 지어 조선·엔진·플랜트 분야 사업을 사우디의 국가적인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에서 발주하는 선박을 우선 수주하고 조선소 운영·엔진분야 공동사업 등으로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아람코와 지난해 11월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반년 후인 지난 5월말 조선소, 선박엔진회사 건립을 위한 공동사업개발협약(JDA·Joint Devlopment Agreement)을 체결했다.
원유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사우디는 최근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을 통해 제2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14세 이하 인구 비중이 27%에 달해 향후 고용창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15세 이상 24세 미만 청년의 실업률은 30%에 달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상황의 사우디를 발판으로 삼아 현재 조선업 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중동시장을 대상으로 한 합작법인 설립, 기술이전 등을 검토 중인 대형 조선업체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한국 조선이 유럽의 선진기술을 토대로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중장기적인 미래에 중동시장에 경쟁력을 실어주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우리 조선업계가 활로를 찾는 모습은 바람직하지만 합작회사까지 설립해가면서 진출하는 모습은 되레 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우리 중형 조선소들의 외부 경쟁을 심화시키는 등 역풍을 맞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기술 및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 진출은 핵심 기술이 아닌 기초적인 기술 등을 전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중동사업 논의가 포괄적이고 기초적인 단계에 있다. 진출이 현실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조선업 현재와 미래 경기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우리 업계가 중동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우리 조선업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가동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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