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오늘 주제는 요즘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해운업종입니다. 해상운송의 줄임말이죠. 배에 물건을 실어나르는 이 업종이 현대상선(011200) 한진해운(117930) 때문에 계속 부각되는데 나오는 설명들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좀 더 쉽게 가까이 다가서 보려고 합니다. 모든 해운회사가 다 어려운 것은 아니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나마 형편이 좋은 곳도 있습니다.
컨테이너선=일반버스 vs 벌크선=전세 관광버스
해운사는 크게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로 나뉩니다. 지금 상황이 어려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컨테이선사이며 대한해운·팬오션 같은 곳은 벌크선사입니다. 컨테이너선은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일반버스, 벌크선은 전세계약을 맺는 관광버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는 우리가 흔히 컨테이너박스라고 하는 곳에 물건을 실어나르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대부분 생산이 완료된 완제품이 실립니다. 그런데 개별 컨테이너박스로 보면 같은 물건이 실리겠지만, 컨테이너박스 수백 개가 모여서 하나의 컨테이너선에 실려 바다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배 전체로 보면 실리는 물건이 제각각 입니다.
반면 벌크선은 완제품이 아닌 원자재를 주로 실어 나릅니다. 벌크선 중 드라이벌크(dry bulk)는 철광석·석탄 같은 광물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을 실어나르고, 웻벌크(wet bulk) 또는 탱커(Tanker)는 기름을 실어나르는 배입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어나르기도 하고, 자동차도 배달합니다.
아무튼 컨테이너선에는 여러 종류의 물건이 실립니다. 남녀노소가 다 타는 일반버스처럼. 반면 벌크는 한 배에 같은 종류의 물건이 실립니다. 스쿨버스에는 학생만 타고, 관광버스에는 관광객만 타는 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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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는 물건 종류가 수익성과 연관이 있나
경기가 좋아서 모든 업종을 막론하고 배에 실어나를 물건이 넘쳐난다면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지만, 요즘같은 전세계적 경기변동기에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습니다. 컨테이너선에는 여러 물건이 실리는데 문제는 배에 물건이 가뜩 들어차지 않더라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정해진 장소로 출발해야 합니다. 일반버스가 정류장에 손님이 없으면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야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한해운은 포스코가 사용할 철광석을 향후 몇 년간 운반해주기로 했다는 계약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선박금융’이라고 하는 대출을 받아 배를 장만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계약서를 보니 안정적 수입보장이 될 것 같으니까 대출금리도 비교적 싸게 해줄 수 있겠죠. 그리고 대한해운은 이렇게 마련한 배에 비로소 철광석을 배달해주고 운임을 받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오고가는 전용선에는 철광석이 가득 실립니다. 포스코와 대한해운이 미리 예상되는 수량에 맞춰서 계약을 체결했을 테니까요.
컨테이너선은 물건 가득 들어차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출발해야 하는 일반버스지만 벌크선 중 전용선은 물건을 가득 실어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관광버스에 비유했습니다. 미리 계약한 것이니까 물건만 가득 실리는데 그치지 않고 계약기간도 대체로 장기에 걸쳐서 합니다. 요즘같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실어나를 물건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않다면 같은 해운사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내는 이런 형태의 해운사가 좀 더 형편이 좋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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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한진해운은 전용선계약을 ‘안 하나 vs 못 하나’
좀 전에 설명해 드린 대로 컨테이너선에는 배 한 척에 같은 종류의 물건이 실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물건이 실립니다. 이 말은 한 명의 물건주인(화주)과 계약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삼성전자가 TV나 냉장고 같은 제품을 컨테이너선에 싣고 수출하는데 매년 안정적으로 배 한 척에 가득 싣도록 물건을 주겠다고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계약하긴 어려운 것이죠. 경기민감업종이니까요. 반면 벌크선의 주요고객은 대한해운을 예로 들면 포스코(005490)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전력(015760) 같은 곳입니다. 철강업을 하는 포스코는 경기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써야 하는 철광석 물량이 있고, 에너지공기업 한전과 가스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벌크선은 현대·한진 같은 고가용선료 문제가 없나
대한해운이 전용선계약을 맺고 사업하는 배가 20척인데 포스코에 철광석 실어주는 7척, 한국가스공사에 LNG를 실어주는 8척, 한국전력에 석탄 실어주는 2척 등이 있습니다. 또 다른 벌크선사 팬오션(028670)도 전용선 계약을 맺고 있는 26척이 있습니다. 전용선 계약을 맺은 배는 대부분 자기네 배(사선)입니다. 빌린 배가 아니니까 용선료 문제에 비켜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그리고 전용선은 일단 계약을 맺은 뒤에 출발하는 구조이니까 선(先)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벌크선사는 모두 안전한가
물론 벌크선사라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한진해운·현대상선처럼 장기용선계약을 비싸게 체결한 것이 많다면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벌크선사 대한해운·팬오션도 과거에 어려웠습니다. 또 전용선 계약비중이 낮은 회사들도 어렵습니다. 안정적은 수익원이 없다는 얘기니까요. 이런 두 가지 조건을 가졌다면 벌크선사라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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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현대상선은 ‘메이저리그’
한가지 더 짚어보면, 컨테이너선사도 상황이 제각각 다릅니다. 컨테이너선사는 먼 거리를 배달하는 원양컨테이너선사와 비교적 단거리를 배달하는 연근해 컨테이너선사가 있습니다. 한진해운·현대상선은 원양컨테이너선사인데 이 바닥은 메이저리그입니다. 일정수준 이상의 대규모 업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매우 높고, 일단 진입해도 그 안에서 다시 치열한 완전경쟁이 펼쳐집니다. 그래서 서로 동맹(얼라이언스)을 맺는 것입니다. 또한 벌크 전용선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원양컨테이너선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히 배에 물건만 실어나르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계속 일감 확보하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여러 곳의 항만터미널 투자도 계속 해야합니다.
최근 한진해운·현대상선의 자구안을 보면 각종 터미널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한다는 내용들이 있는데요, 당장 현금이 급해서 어쩔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영업기반이 매우 축소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선박 못지않은 핵심자산이 터미널 투자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연근해 컨테이너선사는 인천에서 부산을 가기도 하고 일본·중국·동남아 정도를 오고갑니다. 그나마 멀리 가면 중동 정도입니다. 인근 국가의 중소선사들로 구성되는 ‘마이너리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는 배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고 짧게 짧게 배달해주고 오는 것이며 어느정도 보호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주요 항로별로 선사협의회가 있어서 과당경쟁을 제한하고, 일부 항로는 운임안정화를 위해 운송물량을 규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원양 컨테이너선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이지만 그렇다고 독보적인 업체도 없습니다. 요즘같은 상황에선 치열한 ‘메이저리그’보다는 약간 더 숨 쉴 공간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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