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보령제약(003850)의 항혈전제 ‘보령아스트릭스캡슐’의 지난해 원외 처방실적은 8억원으로 전년(112억원)보다 92.5% 줄었다. 바이엘이 개발한 ‘아스피린’의 제네릭 제품인 보령아스트릭스는 연간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보령제약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돌연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흥미로운 변화는 또 있다. 보령제약의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가 내놓은 같은 성분의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의 처방실적은 2014년 49억원에서 지난해 19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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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은 지난 2002년 보령아스트릭스의 보험약가를 43원에 등재 받고 팔아왔다. 이 제품은 아스피린의 제네릭 제품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오리지널 제품의 아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약가가 낮다는 판단에 보령제약은 계열사를 활용해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 2014년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를 77원의 보험약가를 받고 등재했다. 보령아스트릭스보다 79.1% 높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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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계열사를 활용한 ‘꼼수 약가인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는 보령바이오파마가 보령제약에 위탁 생산한 제품으로 사실상 기존 보령아스트릭스의 포장만 바꾼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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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령제약이 보령아스트릭스의 생산을 중단하자 의사단체인 의원협회는 “보령제약이 약의 이름만 바꿔 출시함으로써 보령아스트릭스 약가를 편법으로 인상시켰다”고 비판했다. 환자들 입장에서도 같은 제약사가 판매하는 제품인데도 약값 부담은 높아졌다.
국내 약가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빈틈이 발생한 탓이다. 기존에 보건당국은 제네릭의 약가 등재 순서에 따라 가격을 순차적으로 떨어뜨리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운영했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의 가격이 100원일 경우 이후 등재되는 제품은 90원, 81원, 73원 등 순차적으로 가격이 10%씩 내려가는 구조다. 보령아스트릭스도 먼저 등재된 제품의 가격이 낮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43원의 약가를 받았다.
특허 만료되는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를 종전의 53.55%로 내리되, 제네릭도 같은 53.55%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가 뒤늦게 등재됐는데도 오리지널인 아스피린프로텍트와 같은 77원의 약가를 받게 된 배경이다. 퇴장방지의약품을 제외하고는 한번 낮게 책정된 약가는 올려주지 않기 때문에 보령아스트릭스는 그대로 43원의 약가가 유지됐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기존에 최저가로 등재된 보령아스트릭스는 43원의 약가로는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 가격이 다소 비싼 계열사 제품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꼼수 약가인상’ 비판이 불거지지만 위법성 논란에서는 벗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법 약가인상의 의도는 있더라도 다른 법인의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약사가 자사 제품의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업체가 만든 비싼 제품을 양도·양수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제네릭이 기존 제품보다 보험약가를 높게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한번 등재된 보험약가는 다시 올려주지 않는 경직된 약가제도로 제약사들의 편법 약가전략이 만연해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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