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조승우' '최다 엄기준'…'베르테르' 15년 더듬다

뮤지컬 '베르테르' 15주년 기념공연
2000년 초연 누적관객 25만명
첫 뮤지컬 팬클럽 탄생시키기도
괴테 비극적 소설 무대 올린 명작
서영주 시작으로 총14명 주연 맡아
박건형·송창의도 10주년 무대 빛내
올해는 조승우·엄기준·규현 등 역대 최대
  • 등록 2015-11-26 오전 6:17:00

    수정 2015-11-26 오전 9:11:55

조승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다현, 서영주, 엄기준, 송창의, 박건형 등 14명의 배우가 ‘베르테르’의 15년 역사를 이끌어왔다. 이들은 앙코르공연마다 다른 느낌의 베르테르로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사진=CJ E&M).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00년 11월 10일 서울 종로구 연강홀(현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한 뮤지컬 ‘베르테르’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뮤지컬 최초의 팬클럽인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탄생시켰다. 관객 9명에서 출발한 베사모는 한때 500명에 이르렀고, 이들은 ‘회전문 관객’의 시초가 됐다. 2003년 경영난으로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는 자체모금을 통해 3억원을 조달하며 직접 제작에 나서 작품의 명맥을 이어가기도 했다.

‘베르테르’는 독일 대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비극적인 사랑에 고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금은 스타연출가로 떠오른 고선웅이 극본을 썼다. 초연 이후 9차례 앙코르공연을 거치며 2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30여곡의 서정적인 노래와 바이올린·첼로·비올라 등 현악기 위주의 오케스트라 선율,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가 무기다. 2013년에는 일본 도쿄 아카사카 ACT시어터에도 올라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베르테르’(2016년 1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조승우·엄기준·규현(슈퍼주니어) 등을 내세워 연말을 공략할 작품으로 관객동원 중이다. 오랜 시간이 다져놓은 만큼 단단한 작품성을 자랑하는 ‘베르테르’의 지난 15년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뮤지컬 ‘베르테르’의 2003년 공연 모습(사진=CJ E&M).


△엄기준·서영주·조승우…14명의 역대 ‘베르테르’

‘베르테르’의 첫 무대를 장식한 건 베테랑 뮤지컬배우 서영주였다. 서영주는 2000년 초연부터 이듬해인 2001년, 또 2007년까지 세 번의 무대를 ‘원캐스트’로 장식했다. 당시 서영주는 이성적이고 감정을 절제하는 ‘베르테르’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5인조 실내악단을 객석에 노출하며 역대 ‘베르테르’ 중 가장 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 2001년 무대에서 서영주는 진가를 발휘했다.

2002년에는 조승우와 엄기준이 더블캐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베르테르’가 뮤지컬로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대사를 부분 삭제해 밀도를 높였고, 음악구성 역시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금은 톱스타로 우뚝 선 조승우의 초창기 시절을 볼 수 있던 작품이기도 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는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제작사 CJ E&M 관계자는 “조승우가 지난 10일 올해 첫 공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며 “이 작품에 애정이 많은 데다 13년 만의 출연이라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창의와 박건형은 2010년 10주년 무대를 장식했다. 470석 규모의 창작뮤지컬에서 출발해 1000석 규모의 대형무대인 유니버설아트센터에 입성한 때이기도 했다. 원작소설에서 자석산의 전설을 주요 모티브로 끌어들여 무대를 거대한 배의 형상으로 표현하는 등 이미지를 부각한 상징적인 장면이 많았다.

‘최다 출연’ 기록을 보유한 이는 엄기준이다. 2002년부터 올해까지 총 8번 무대에 올랐다. 특히 엄기준은 드라마 전달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다. 가장 최근까지 ‘베르테르’로 관객과 만난 배우이기도 하다. 7년 만에 복귀했던 2013년 무대는 초기의 미학인 실내악 오케스트라는 그대로 두고, 작품의 배경을 거대 화훼산업단지로 설정하는 등 현대적 감각을 더한 무대로 호평받았다.

뮤지컬 ‘베르테르’의 2015년 공연 모습(사진=CJ E&M).


△연출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15년 이어온 힘

‘베르테르’는 매번 연출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을 보여줬다. 앙코르공연마다 다른 느낌을 줬다는 것이 장수비결 중 하나다. 2002년에는 고선웅 연출의 특징인 재기발랄함을 더해 정적이기만 했던 작품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고, 2012년 김민정 연출은 기존 슬픈 정서를 유지함과 동시에 14인조 오케스트라를 시도해 더욱 풍성한 음악을 전달했다.

올해 공연은 2003년과 2004년, 2006년, 2013년 공연을 이끌었던 조광화가 연출을 맡았다. 조 연출은 2003년 공연 당시 ‘역대 가장 뜨거운 베르테르’를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조 연출은 “이전 버전이 ‘베르테르’의 치닫는 감정에 충실했다면 이번엔 관객을 베르테르에게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며 “극의 서정성을 높이고자 오로지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만의 11인조 실내악으로 구성한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선 3색 베르테르를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조 연출은 “세 배우가 ‘베르테르’를 그려내는 방식이 달라 배우별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폭발하는 격정의 사랑 엄기준, 끌어들이는 심연의 사랑 조승우, 소년 같은 연민의 사랑 규현을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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