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들 하지요. 저는 국가를 생각하는 관료들의 진정성을 믿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가격기구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정부사업들은 필연적으로 일부 비효율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반세기 고속성장기 때는 이런 비효율이 눈에 잘 안 띄었을 겁니다. 어차피 경제는 쑥쑥 컸으니까요. 약점은 위기 때 도드라진다고 하지요. 저성장 구조에 진입하면 정부실패 사례들은 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공무원사회는 앞으로도 이런 사회적 압박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네요.
지역구 예산 혈안된 국회의원들…정치실패 가능성 높여
정부실패는 비단 공무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인, 특히 지역구에 기반한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기인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지역구 정치인이 지역구 예산을 따내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그럼에도 그 지역구에는 좋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땐 낭비라면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주에 해드릴 얘기는 바로 이겁니다. 저는 이걸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지역구 정치인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게 예산입니다. 지난해 예산안 검토 과정부터 한번 살펴보지요. 국회는 연말 정부에서 넘어온 예산안을 13개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 다시 한번 심사를 한 뒤 예산을 확정합니다.
지난해 예비심사 당시 국회의원들이 정부원안보다 더 늘리자고 한 예산 규모가 무려 9조8000억원입니다. 그러니까 10조원 정도는 더 써도 우리사회가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요. 시도때도 없이 국가재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민망한 행태라고 봅니다.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뷰캐넌의 ‘공공선택이론’ 같은 경제학이론으로도 이는 설명됩니다. 경제학이 상정하는 ‘합리적 선택’으로 비춰볼 때, 공공정책 역시 공익보다는 선거 승리 같은 사익에 좌우된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요. 의원들은 어떻게 봤을까요. 박 대통령이 부르짖은 ‘예산개혁’은 상당부분 의원들을 향했던 걸 겁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부산 영도)는 곧장 “대국민담화는 여야가 모두 할 일”이라고 반겼는데요. 과연 PK(부산·경남)지역 예산부터 줄이자고 하면 선뜻 동의할까요. 예산은 곧 기득권입니다. 개혁 때마다 기득권 타파를 외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행태부터 되돌아봐야 하는 겁니다.
지역구 수 늘리기 한마음…정치인도 개혁대상 예외 아냐
물론 말 못할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데도 300명 의원 정수는 국민 눈치 보느라 놔두면서 물밑에선 지역구 늘리기에 손을 잡는다면 민망하지요. 정치실패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정치로 인해 국가 전반에 비효율이 자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실패,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나무랄 자격이 없어지는 겁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자기희생입니다. 여권에서 각종 개혁에 나선다고 하네요. 의원들부터 내려놓을 수 있는 기득권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혁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하던대로 할테니 너는 하던대로 하지말라’고 하는 게 설득이 되겠습니까. 철밥통 공무원도 개혁의 대상인데 정치인이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습니다. 자,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여야 정치권의 정쟁 혹은 정책을 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jungkim@edaily.co.kr로 보내주세요. 부족하지만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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