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해운사이자 벌크선사로는 국내 최대인 STX팬오션(028670)이 또 다시 외부에 회사 운명을 맡기게 됐다. 11년 만에 다시 ‘법정 관리’라는 신탁통치를 받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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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0년대 초 범양상선은 해운업 불황에 휘청이기 시작했다. 1984년 정부가 추진한 ‘해운산업 합리화’ 계획에 따라 자의 반 타의반으로 국내 6개 부실 해운사를 떠안으면서 과다한 부실채무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7년 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회사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외화도피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도중 투신 자살했다. 결국 범양상선은 같은해 외환은행, 서울신탁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2002년 탈피했다.
그러나 결국 범양상선을 품에 안은 주인공은 STX였다. 당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4000억원에 범양상선을 인수한 후 사명을 STX팬오션으로 바꿨다. 강 회장은 3년 후 싱가포르에 상장해 4000억원 이상을 다시 빠르게 거둬들였다. 이 때문에 자칫 잘못된 인수·합병(M&A)으로 기업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STX의 팬오션 인수는 ‘역대 최고의 딜’로 인정받았다.
STX에 편입한 STX팬오션은 해운업 호황을 누리며 승승장구했다. 2001년 STX그룹이 인수한 STX조선해양(옛 대동조선)과 더불어 STX그룹을 이끄는 양대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STX는 이들 인수 기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새로운 기업인수를 위한 ‘실탄’을 준비했다.
결국 강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을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해운업이 불황인 탓에 공개 매각 작업이 불발됐다. 이후 산은이 나서서 인수 여부를 저울질했지만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로써 STX팬오션은 11년 만에 다시 법원에 구명의 손을 내밀게 됐다.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은 “고용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업황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며 “회생절차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재무개선을 추진해 최단 기간 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조기 경영정상화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