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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무역 네트워크’ 시작되다
블록체인은 거래원장을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거래장부 원본을 참여자들이 서로 쪼개 보유하고, 변동이 있을 경우 연결된 참여자(노드)의 50% 이상 동의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누군가가 네트워크 전체를 장악하는 엄청난 일을 벌이지 않고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꼽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달 초 부산시의 블록체인 규제특구 지정을 계기로 블록체인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 자금조달(ICO)까지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는 앞으로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지역화폐나 항만 물류, 수산물 이력관리 등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부산의 전통적인 산업인 물류, 관광, 금융에 공공 안전과 연계한 활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부산이 ‘영화의 도시’인 만큼 문화 콘텐츠 분야 활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지정한 부산의 스마트시티 시범사업 지역에 ‘운영체제’ 역할로 블록체인이 기능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블록체인을 기업의 업무 환경이나 공공분야 정책 등에 적극 공급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분야는 물류다. 삼성SDS(018260)는 자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의 완성판인 ‘넥스레저 유니버설’을 클라우드 서비스의 내부 장터(마켓플레이스)에서 제공한다. 대표 사례가 중국 텐진공항의 항공화물 블록체인 플랫폼과 인천공항 관세청 통관 물류서비스를 잇는 작업이다.
삼성SDS는 이 둘을 잇는 ‘블록체인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연동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각자 ‘반쪽’에 불과했던 각각의 블록체인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신뢰성은 더 높아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한-중 블록체인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 향후 한-중 블록체인 기반 무역 네트워크 표준으로 이용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이밖에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청, ABN암로(ABN AMRO) 은행 등과 함께 개발한 ‘딜리버’ 플랫폼도 선보였다. 유럽의 허브 항만인 로테르담항만을 거쳐가는 모든 물류가 이 블록체인에 기록되면, 이력과정을 위·변조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월마트와 알리바바 등 유통업체들 역시 블록체인을 활용해 상품 신뢰도를 높이고, 문제 발생시 빠른 대처가 가능한 기반을 만들었다.
이런 활용은 의료기관, 수사기관 등이 보험사와 얽히는 보험금 청구 등 다른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IBM은 최근 제조 분야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공분야에서는 지역화폐와 복지 서비스 등에서 활용이 논의되고 있고,채용시 서류 검증이나 기업 서비스 이용시 회원 여부 등 신원 인증 분야,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도입시 접근권한 인증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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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인원트랜스퍼와 모인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각축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부산 특구 역시 BNK부산은행이 나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개발도 추진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 역시 자체적인 주도권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생태계 만들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카카오도 별도 자회사인 그라운드X를 통해 각각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메인넷)을 통한 파트너 확보에 나섰다. 이용자가 더 많이 이용하면 이용할 수록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며 각각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리브라 프로젝트 역시 금융 소외계층을 겨냥한 송금 등으로 서비스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 전문 투자·육성 사업체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최근의 무역분쟁은 중앙화된 주체들끼리 (민족주의, 국가주의 같은)비효율화된 경쟁과 갈등으로 비롯된 것”이라면서 블록체인이 경제성장의 정체를 해소할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블록체인 산업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기회를 가지고 글로벌 경쟁에서 해외자본 한국으로 끌어들여올 수 있도록 해 고용과 세수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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