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세상 바꾸는 법]②인천에서 텐진까지.. '블록체인 무역 네트워크' 탄생

투명성-공정성 높여 사회적 신뢰도 향상 효과
삼성·IBM·알리바바 등 국내·외 대기업 적극적
금융 분야도 활발..인터넷 기업은 주도권 경쟁
  • 등록 2019-08-28 오전 3:55:58

    수정 2019-08-28 오전 3:55:58

홍혜진 삼성SDS 블록체인센터장 전무가 지난 6월 삼성SDS캠퍼스에서 열린 ‘삼성SDS 블록체인 미디어데이’에서 블록체인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SDS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미래 인터넷’으로 불리는 블록체인이 기지개를 켜면서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앞세워 기업은 물론 사회적 가치 발굴에 활용된다. 물류와 지역화폐를 중심으로 정치·사회 체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실전 투입이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무역 네트워크’ 시작되다

블록체인은 거래원장을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거래장부 원본을 참여자들이 서로 쪼개 보유하고, 변동이 있을 경우 연결된 참여자(노드)의 50% 이상 동의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누군가가 네트워크 전체를 장악하는 엄청난 일을 벌이지 않고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꼽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달 초 부산시의 블록체인 규제특구 지정을 계기로 블록체인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 자금조달(ICO)까지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는 앞으로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지역화폐나 항만 물류, 수산물 이력관리 등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부산의 전통적인 산업인 물류, 관광, 금융에 공공 안전과 연계한 활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부산이 ‘영화의 도시’인 만큼 문화 콘텐츠 분야 활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지정한 부산의 스마트시티 시범사업 지역에 ‘운영체제’ 역할로 블록체인이 기능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블록체인을 기업의 업무 환경이나 공공분야 정책 등에 적극 공급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분야는 물류다. 삼성SDS(018260)는 자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의 완성판인 ‘넥스레저 유니버설’을 클라우드 서비스의 내부 장터(마켓플레이스)에서 제공한다. 대표 사례가 중국 텐진공항의 항공화물 블록체인 플랫폼과 인천공항 관세청 통관 물류서비스를 잇는 작업이다.

앞서 인천공항과 텐진공항은 각각 항공화물 처리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천공항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관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관세청 통관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원산지 정보와 유통이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 진행됐다. 텐진공항에는 중국 대형 보험사 핑안그룹의 IT 자회사인 원커넥트가 구축한 항공화물 블록체인 플랫폼이 자리잡았다.

삼성SDS는 이 둘을 잇는 ‘블록체인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연동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각자 ‘반쪽’에 불과했던 각각의 블록체인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신뢰성은 더 높아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한-중 블록체인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 향후 한-중 블록체인 기반 무역 네트워크 표준으로 이용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이밖에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청, ABN암로(ABN AMRO) 은행 등과 함께 개발한 ‘딜리버’ 플랫폼도 선보였다. 유럽의 허브 항만인 로테르담항만을 거쳐가는 모든 물류가 이 블록체인에 기록되면, 이력과정을 위·변조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월마트와 알리바바 등 유통업체들 역시 블록체인을 활용해 상품 신뢰도를 높이고, 문제 발생시 빠른 대처가 가능한 기반을 만들었다.

이런 활용은 의료기관, 수사기관 등이 보험사와 얽히는 보험금 청구 등 다른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IBM은 최근 제조 분야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공분야에서는 지역화폐와 복지 서비스 등에서 활용이 논의되고 있고,채용시 서류 검증이나 기업 서비스 이용시 회원 여부 등 신원 인증 분야,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도입시 접근권한 인증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IBM이 최근 선보인 공급망(SCM)용 블록체인 ‘트러스트 유어 서플라이어’(TYS) 서비스 로고.
국경 넘는 금융 서비스 등장도 다가온다

금융 분야에서도 해외송금을 중심으로 점차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송금 분야 특화 블록체인 개발사인 리플(Ripple)이 해외송금 분야 대표적인 업체로 꼽히는 머니그램과 협업하면서 물꼬를 텄고, 세계 경제중심지로 불리는 월스트리트 중심의 R3 프로젝트가 등장하며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인원트랜스퍼와 모인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각축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부산 특구 역시 BNK부산은행이 나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개발도 추진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 역시 자체적인 주도권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생태계 만들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카카오도 별도 자회사인 그라운드X를 통해 각각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메인넷)을 통한 파트너 확보에 나섰다. 이용자가 더 많이 이용하면 이용할 수록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며 각각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리브라 프로젝트 역시 금융 소외계층을 겨냥한 송금 등으로 서비스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 전문 투자·육성 사업체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최근의 무역분쟁은 중앙화된 주체들끼리 (민족주의, 국가주의 같은)비효율화된 경쟁과 갈등으로 비롯된 것”이라면서 블록체인이 경제성장의 정체를 해소할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블록체인 산업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기회를 가지고 글로벌 경쟁에서 해외자본 한국으로 끌어들여올 수 있도록 해 고용과 세수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7일 열린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서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해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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