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용산구 한남동 한남뉴타운. 서울 강북 재개발 사업지 가운데 입지(한강변 인근)나 사업 규모(가구 수·부지 면적), 가격(재개발 후 아파트값) 면에서 가장 뛰어나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곳이다.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일부 재개발 구역의 대지지분 시세는 3.3㎡당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매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이 단기간에 몰리며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어 묻지마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통망 좋고 생활환경도 굿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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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 중 하나는 입지다. 도심권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이나 녹지 등 주변 생활 환경, 조망권 등에 따라 정비사업 전후로 사업지 일대 땅값이나 집값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한남뉴타운과 성수전략정비구역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입지로 평가받을 만하다.
서울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한남뉴타운(총면적 111만205㎡)은 한강을 남쪽에 두고 옆으로 남산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췄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경의중앙선 한남역이 가까운데다 강변북로가 바로 붙어 있어 도심 접근성도 좋다. 한남동에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한남더힐과 유엔빌리지 등이 들어서 있다. 외인아파트 부지에는 최고급 아파트 단지 ‘나인원 한남’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아파트 예상 분양가는 3.3㎡당 평균 6000만원대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인근 영동대교를 건너면 강남 부촌 압구정동과 바로 맞닿을 정도로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성수역과 7호선 뚝섬역, 분당선 서울숲역이 통과하는 트리플 역세권에다 대규모 생태공원인 서울숲(총 43만㎡)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이미 주변에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최고 45층)와 서울숲트리마제(47층) 등이 입주한 데 이어 3.3㎡당 가격이 4800만원에 육박하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도 최근 분양을 마쳤다.
이 두 지역은 나란히 한강변 인근에 들어서 있지만 조망권에서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성수동은 서울시의 ‘2030서울플랜’이 나오기 전인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50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현재 성수 재개발 1~4지구(총 면적 53만399㎡) 중 가장 사업 진행이 빠른 성수4지구 조합은 최고 48층 아파트를 짓는 건축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이와는 달리 한남3구역의 경우 아파트 최고층수가 29층(95m)에서 22층(73m)로 더 낮아졌다. 조합 측은 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 지침을 수용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남동 일대 한강변의 경관과 남산 조망권에 대한 시민 공유를 위해 90m 이하 스카이라인을 확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지분 쪼개기 주의해야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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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주택 시세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재개발 사업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입주 가구 수가 많은 한남3구역(총 면적 38만5687㎡)은 최근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며 14년 만에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나머지 2·4·5구역 재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남3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전체 195개동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이 지역 대지지분 20㎡ 미만 소형 매물은 시세가 3.3㎡당 1억~1억200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에서 상업·업무지역이 아닌 주거지역 땅값이 3.3㎡당 1억원을 넘은 곳은 한남동과 압구정동 2곳 뿐이다. 이 지역 대지지분 기준 20㎡(6평)은 최소 6억5000만원, 대지지분 33㎡(10평)인 빌라는 시세가 최대 8억5000만~10억5000만원대다. 한남동 J공인 관계자는 “대지지분 10~15㎡짜리 소형 매물은 없어서 못팔 정도”이라며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에 이곳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는 강남 부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성수동 재개발 지구 중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성수 4지구 내 33㎡짜리 빌라도 3.3㎡(대지지분)당 시세가 9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말 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
사업 속도 기대감에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지만 다가구주택 등에 대한 과도한 지분 쪼개기로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조합측에 따르면 한남3구역 조합원 수는 3880명이지만, 일반분양 가구 수는 1000여 가구로 일반분양 비중이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와는 달리 성수4지구 조합원 수는 760명, 일반분양 가구 수는 540명으로 한남3구역에 비해 월등히 일반분양 비중이 높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과도한 지분 쪼개기를 통해 조합원 수보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적은 곳은 추가 분담금이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앞서 현 시세가 적정한 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