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박일경 기자] 지난 14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이 발표되자 금융권에는 안도감이 퍼졌다. 현 정권이 은밀히 지원하는 외부출신 실세 인사가 과연 누가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숏리스트(압축후보군) 에는 윤종규(
사진) 회장 등 내부출신 3명만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26일 심층평가가 남았지만, 후보 3명 중 2명이 인터뷰를 고사하면서 윤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 금융계 관계자는 “KB금융 회장 인선은 현 정부의 금융권 인사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며 “낙하산 인사에 따른 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KB금융이 차기 회장 인선과정에서 그동안 고질적으로 반복돼 왔던 ‘외풍’을 막아내면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7인의 사외이사진이 조명을 받고 있다.
윤 회장의 임기만료가 다가오면서 금융권에선 현 정권과 인연을 맺고 있는 전직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각종 억측이 난무했던 게 사실이다. KB금융 노조도 실적과는 별개로 회장 추천 과정의 절차 등을 문제삼으며 윤 회장 흠집내기에 전력을 다하며 인선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이 같은 ‘관치(官治)’와 ‘노치(勞治)’의 굴레를 끊어낸 중심에는 이들 사외이사진의 힘이 있었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지주 회장과 은행장간 갈등으로 ‘KB사태’가 불거지면서 회장, 행장 동반퇴진과 사외이사 전원 교체라는 홍역을 치뤘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 회장은 사외이사를 주주와 외부 헤드헌팅 기관으로부터 추천받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이병남 LG인화원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교수,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주주제안 절차를 통해 추천받은 인물이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KB금융의 지배구조를 탄탄히 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예가 경영승계규정에 ‘연임 우선권’ 조항을 뺀 것이다.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규정을 정비하면서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에서 현직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먼저 묻는 ‘연임 우선권’ 조항을 포함할 것인가를 두고 1년 4개월여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결국 작년 7월 이사회에서 연임 우선권 제외를 담은 경영승계규정 제정안을 결의했다. 윤 회장으로서는 기득권을 내놓는 셈이었지만 그만큼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계량평가를 도입한 경영승계규정도 도움이 됐다. 당초 23명 가운데 내부 후보자군중 컷오프를 통과한 7명과 외부 후보자군 5명에 대해 40개 문항에 대해 계량평가를 실시해 7명을 추렸다. 이들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다른 방식으로 채점을 한 결과 점수대로 상위 3인을 선정한 결과 내부 출신만 남았다는 게 확대위의 설명이다. 촘촘한 규정으로 외부인사가 끼어들 틈이 없었던 얘기다. 오랜 관치로 인해 곪을 대로 곪았다가 터진 2014년 ‘KB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다.
최영휘 확대위원장은 “(회장 인선과정에서) 미리 정해진 절차에서 벗어난 건 없었다”며 “KB의 지배구조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된 것은 실질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경제관료 출신이나 특정 학맥에 치우친 종전 사외이사진과는 달리, KB금융의 현 사외이사진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연(緣)에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많이 희석됐다”면서 “외풍이 차단된 채 이뤄진 KB금융 회장 인선은 향후 우리 금융산업에 있어 관치를 끊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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