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유통도 온라인이 대세…제약사들 자체 쇼핑몰 잇따라 오픈

대웅·한미 이어 보령·일동 오픈, 일부 제약사 준비 중
도매상 몫 수수료 줄이고 자금회전 빨라져
리베이트·밀어내기 사라져 거래 투명
반품 잘 안 돼 재고관리 약사 몫
  • 등록 2017-02-03 오전 5:00:00

    수정 2017-02-05 오후 1:59:07

약국에 약을 배달하고 있는 도매업체 직원.(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일부 편의점에서 사는 약을 제외하고 대부분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직접 사고 전문의약품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산다. 그렇다면 약국은 어디에서 약을 살까? 아직까지 약 유통은 제조사-도매상-약국-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가 대세다.

이런 약 유통구조에 최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제약유통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존 도매상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몰을 직접 운영하는 제약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직영 온라인몰은 2009년 대웅제약의 ‘더샵’을 시작으로 2012년 한미약품이 ‘HMP몰’을, 올 들어서는 보령제약과 일동제약이 각각 팜스트리와 일동샵을 오픈했다. HMP몰을 운영하는 한미약품의 자회사 온라인팜은 2015년 기준 매출 6000억원을, 더샵을 운영하는 대웅제약의 자회사 엠서클은 5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몇몇 제약사들이 유통회사 설립을 추진 중 인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계 온라인 유통 시스템 가장 늦게 도입

제약 온라인몰은 약국이 주요 고객이다.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쇼핑몰에서 바로 주문하고 결제하면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방식과 똑같다. 제약사가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그 회사의 약만 파는 것은 아니다. 오픈마켓 형태라 그 안에 수많은 도매업체가 입점해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HMP몰에는 20여개 도매업체가 입점해 있다”며 “약사들이 필요한 약의 가격을 비교한 후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약사가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도매업자에게 지불할 수수료를 줄여 연구개발에 더 투자를 할 수 있고 약국이 바로 약값을 결제하기 때문에 어음거래로 인한 수금지연과 미수발생을 줄일 수 있다. 제약사의 약국영업 담당자들은 불필요한 업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기존에는 제약사 영업직이 약국을 돌며 원하는 수량을 파악해 회사에 들어와 주문을 넣어야 했다”며 “온라인몰에서는 약사가 바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생략돼 영업사원은 약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동샵을 운영하는 김원랑 일동e커머스 대표는 “온라인몰을 통해 시간비용이 절약되면 영업 담당자들은 고객서비스에 대한 질적 향상에 집중할 수 있고 고객인 약사들은 약국운영과 환자 복약지도 같은 주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유통이 투명해짐으로써 리베이트나 밀어내기 같은 고질적인 병폐도 없어지게 된다.

◇도매업체 문 닫으란 소리냐

제약사의 유통 진출로 비상이 켜진 곳은 도매업체들이다. 한 서울지역 중위권 도매업체 관계자는 “처방약 약가인하 조치로 마진이 줄어든 마당에 제약사들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제약 도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대에 불과하다”며 “제약사를 퇴사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도매사를 차리는 바람에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의약품 도매업체 수는 2000년 1046개에서 2003년 1500개를 넘긴 후 2009년에는 2000개를 돌파했고 최근에는 25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수는 많지만 규모는 대부분 영세하다. 일본은 대형 도매업체 4곳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면 국내는 보건복지부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2.6%에 불과한 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도매업체가 물량의 52.3%를 유통하고 있다. 반면 81.8%를 차지하는 100억원 미만 업체는 15.8%만 차지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외국계 오리지널약의 의존도는 높아졌다. 이들 외국산 약의 마진은 국내사 제품보다 낮아 도매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도매업체는 비중은 적지만 유통마진이 높은 국내사 제품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왔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거래약국 확보를 위한 ‘서비스 품목’일 뿐 도매업체의 수익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한 약국의 약사는 “일부 약의 경우 약국이 주문하지 않아도 도매상이 약국에 공짜로 넣어 주고 팔리는 만큼만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도매업체 수는 늘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아예 문을 닫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2014년에는 매출규모 2000억원 대의 중견업체인 송암약품, 1000억원 대의 YDP가 폐업했다. 제약 도매사 단체인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올해 중점 추진사항으로 △의료기관의 직영도매 설립 금지 △우리약 살리기 △유통마진 인하 저지 △재고약 반품 해결 등을 선정했다. 한 지역 도매업체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결국 제약 도매업체도 규모의 경제로 대형 업체 몇 곳만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리하지만 재고관리 신경 써야”

실제로 온라인 제약몰을 이용하는 약사들은 기존보다 편리해진 점은 분명히 있다는 반응이다. 강원 춘천시에서 약사 3명을 고용해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48) 약사는 “약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위생용품, 의약외품 등 약국의 모든 품목을 취급하기 때문에 과거에 특정 종류만 거래하던 도매업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제약 온라인몰도 자체적으로 공동구매나 타임세일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은 구매가 편한 대신 반품은 잘 안 된다. 김 약사는 “예전에는 도매업체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약도 모두 다 수거해 갔지만 온라인몰은 구매 후 수 개월 이내에만 반품이 가능하다”며 “그만큼 재고관리에 신경을 써야 해 한두 달 안에 팔 양만 주문하거나 구색 갖추기 품목은 소량주문만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철통보안’ 결혼식
  • 57세 맞아?..놀라운 미모
  • 서예지 복귀
  • 한강의 기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