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지난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끈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 장내에서 시장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는가 하면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책임경영에 나섰다. 올해 두둑한 인센티브를 챙기게 된 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업황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평가차익까지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실적 자신감… 장내매수·증자 적극 참여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자기자본 상위 10위(상장사 기준) 증권사 중 한 해 동안 CEO가 자사주 보유규모를 늘린 곳은 80%인 8곳에 달했다. 지난해 대부분 증권사들은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면서 쏠쏠한 실적을 거뒀다. 이미 2014년 성과에 대한 보상금으로 지난해 적지 않은 성과급을 수령한 CEO들은 올해도 큰 폭의 인센티브가 기대된다. 주식 매수에 필요한 실탄 확보가 가능했던 셈.
NH투자증권(005940)의 경우 김원규 대표가 전기말 2만3721주를 보유했지만 1년간 5000주를 장내 매수해 2만8721주까지 늘렸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자사주 매입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순이익은 2142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64% 가량 급증했다. 김 대표도 지난해 성과급으로만 약 3억원을 수령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 조웅기·변재상 각자대표는 지난해 보유주식이 각각 3만4451주, 4만2495주 늘어난 4만7457주, 5만7875주로 집계됐다. 회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각각 26%, 4% 감소했음에도 자사주 매입을 늘렸다.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작년 회사가 실시한 9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만주 이상을 취득했기 때문. 두 대표는 장내에서도 약 1만3000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상여금으로는 조 대표가 5억7400만원, 변 대표 5억7700만원을 받았다.
자사주가 없었던 윤경은 현대증권(003450) 대표는 지난해 4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2만주를 장내매수했다. 이후 일본 오릭스로의 피인수가 무산되는 등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도 회사 순이익은 전년대비 648%나 급증한 2796억원을 올렸다. 윤 대표는 포상금으로 6억원을 수령했다.
상여로 지급받기도… 메리츠·삼성은 전무
보유 주식은 증가했지만 직접 매수가 없었거나 아예 자사주를 사지 않은 CEO들도 여럿 있었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지난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28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최희문 대표 역시 지난해 급여와 상여금, 퇴직수당까지 합쳐 27억6300만원을 받아 증권사 `연봉 킹`에 올랐지만 자사주 매입은 지금까지 없다. 미국 국적을 보유한 최 대표는 경영 관련 외국인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취득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016360)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6%, 16% 각각 증가했다. 윤용암 대표의 경우 목표·성과인센티브를 포함한 상여금 5억6000만원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권용원 키움증권(039490) 대표도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 소속의 비상장 증권사는 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드문 편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만 한국금융지주(071050)의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추가 매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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