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광복군]"대한민국 시작된 곳 찾아 감동"

상하이-항정우-충칭 중국내 독립운동 유적 탐방
유량생활 임시정부 충칭 롄화치서 마지막 청사 꾸려
1940년 한국광복군 창설, 무장독립투쟁 준비 나서
  • 등록 2015-08-12 오전 6:30:00

    수정 2015-08-12 오전 9:09:48

충칭 임시정부 청사에 전시된 태극기. 광복군들이 조국독립의 결의를 다지며 남긴 글과 서명이 70여년이 지지난 지금도 생생하다.(충칭=성세희 기자)
[충칭·상하이=성세희 기자] 지난 4일 찾은 충칭시(重慶市) 롄화치(蓮花池) 38호. 이곳엔 중국에서 유랑생활을 해오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자리잡고 있다. 충칭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이곳 입구에는 ‘중경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 진열관(重慶大韓民國臨時政府舊址陳列館)’이라고 쓰인 한글 표지판이 방문객을 맞는다.

롄화치 청사가 다른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들과 달리 원형 그대로 보전되는 데는 독립운동가 이달(李達) 선생의 딸인 이소심(李素心·76)여사의 공이 컸다. 이 여사는 광복군에 복무 중이던 부친이 병환으로 세상을 뜬 뒤 중국인 어머니와 충칭시에서 거주했다. 이 여사는 청사가 철거위기에 처하자 한·중 양국 정부를 찾아다니며 청사 보존을 호소해 복원사업을 이끌어냈다.

1919년 세워진 상하이 임시정부 외에 충칭시에도 임시정부 청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낯선 사실이다. 1919년 상하이에서 처음 수립한 임시정부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항저우(抗州), 진장(鎭江), 광저우(廣州)를 옮겨다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중국 내 독립운동가들의 요람이었던 충칭시에 둥지를 틀었다. 충칭시는 장준하, 김준엽 등 일본군에 징집된 학도병이 탈출해 광복군에 입대한 곳이기도 하다.

임시정부를 이끌던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각료들은 충칭시에서 1940년 9월17일 ‘한국광복군’을 창설해 일제와 무력으로 맞서 싸울 준비를 시작했다. 1941년 12월 10일에는 일제에 선전포고를 했다. 광복군은 국내에서 일제와 군사적으로 맞서 싸울 기회를 찾았지만 일제의 항복선언으로 무산된 채 광복을 맞았다.

이곳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벅찬 감동을 담아 방명록을 채웠다. 방문객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태동했던 역사적인 장소에 와서 감개무량합니다’ ‘(우리) 나라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유 독립국을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잊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등 글을 적어 조국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독립지사들의 뜻을 기렸다.

이른 아침 충칭시 임시정부 청사를 찾은 문상수(38)씨는 “중국에 있는 여러 독립운동 유적지와 관광지를 둘러봤다. 충칭 임시정부 청사에는 처음 와 봤다”며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은 간략한데 여기 오니까 예전 임시정부 요인이 어떻게 활동했었는지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중국 훙커우공원(虹口公園·현 루쉰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일제 요인들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진 장소로 추정되는 역사적 현장을 기린 기념비. (상하이=성세희 기자)
광복군을 태동시킨 존재는 윤봉길 의사다. 윤 의사는 1932년 4월29일 상하이를 점령한 일제의 전승식 및 일왕 생일인 천장절 축하연이 열린 훙커우공원(虹口公園)에서 기념식에 참석한 일본 요인들에게 폭탄을 투척했다. 윤 의사가 던진 폭탄에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일본 육군대장과 가와바다(河端貞次) 상해거류민단장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노무라 기치사부로(野村吉三郞) 해군제3함대사령관과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 주중국공사 등은 한쪽 다리를 잃는 등 크게 다쳤다.

윤 의사는 거사 이후 일본으로 호송돼 총살형을 당했다. 서거할 당시 나이는 25세에 불과했다. 윤 의사에게는 1962년 대한민국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당시 중국 국민당을 이끌던 장제스(蔣介石) 전 타이완 총통이 윤 의사의 의거 소식을 접하고 “4억 중국인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한국인 한 사람이 해냈다”고 격찬하며 임시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임시정부가 국민당 정부와 손잡고 항일운동을 펼치게 되면서 광복군이 탄생했다.

중국 루쉰공원 안에 지어진 윤봉길 의사 기념관 내부 전경(상하이 =성세희 기자)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관이 이장되면서 루쉰공원(魯迅公園)으로 이름이 바뀐 훙커우공원 안에는 윤 의사 호를 딴 매헌(梅軒) 기념관이 있다. 2003년 독립기념관이 지원해 지어진 기념관에서는 윤 의사 생애와 활동에 관련한 자료를 전시하고 관련 영상을 상영한다. 이곳에는 윤 의사가 썼던 도시락 폭탄 모형과 일본 가나자와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할 때 윤 의사를 동여맨 형틀 등이 전시돼 있다.

윤 의사 기념관에서 만난 박모(40·여)씨는 “중국에 이런 (독립운동)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앞으로 찾아올 방문객도 우리나라 역사를 알고 이곳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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