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민간 출신의 공무원이 워낙 소수이다보니 공무원 조직에서 기를 제대로 못펴고 존재감도 별로 없는 편”이라며 “공직개방 규모를 확 넓히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방형직위 및 공모직위는 690개(작년 말 기준)에 불과하고 최초임용기간 규정(3년)이 있어 ‘무늬만 개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처장은 “정부가 특정 시점에 경력직을 왕창 뽑으면 널리 홍보가 돼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공직에 헌신·봉사하려는 사람은 계속 근무하도록 현행 3년 임용제한 규정을 고쳐 신분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무늬만 공직개방’ 개혁..‘민간 수혈’ 늘린다
이 처장은 성과주의와 관련해 “민심이 바라는 것은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성과제 도입과 ‘철밥통’ 깨기”라며 “패스트 트랙(fast track)식 승진 속진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낮잠 자는 토끼는 더 이상 없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보고 절차에도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또 “용납 안 되는 건 못하게 하고 상은 과감하게 줄 것”이라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나오는 판국이다. 신상필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출범 이후 인사처는 △음주운전 최초 적발 시 중징계 적용 △경찰·소방직 채용에 도핑테스트 도입 및 적발 시 5년 응시 금지 등 공무원 품위위반·부정행위 관련 규제를 강화해오고 있다.
여성 공무원을 요직에 임명하는 ‘여성 중용’ 기조는 이미 인사처부터 시행 중이다. 이 처장은 기획조정관(김혜순), 비서실장(신현미), 대변인(이은영)직에 ‘워킹맘’을 발탁했다. 이 처장은 발탁 배경에 대해 “실험에 따르면 늙은 수컷 원숭이는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현재 상황을 깨는 데는 여성이 훨씬 낫다.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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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장은 “개혁에 대한 내부 기득권들의 저항과 총론에 합의하지만 각론에는 반대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최대 고민”이라며 “기존의 모든 것을 깨고 가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순환 하는 개혁을 하겠다. 내부 반발도 껴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은 100세 시대에 필연”이라고 밝혀, 내부적으로 사기진작책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부 부처 이름에 ‘혁신’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조치”라며 “처장으로서 혁신의 불나방에 그칠지, 씨앗이 될지, 거름 역할까지 할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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