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대란]월급 15만원 병사들 담뱃값 인상 '직격탄'

2009년 면세 담배 지급 중단돼 개인 구매해야
흡연율 42.9%..하루 한갑 피우면 월급보다 많아
"병사에 한해 면세 담배 허용 해야" 주장도
  • 등록 2015-01-05 오전 7:30:00

    수정 2015-01-05 오전 9:13:48

진지구축 공사를 하고 있는 장병들. 천정부지로 오른 담뱃값으로 앞으로는 군대에서 작업 후 피어오르는 담배연기를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최선 기자] 작업과 훈련을 전후해 선·후임병간에 담배를 나눠 피우며 전우애를 다지던 문화를 더 이상 군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질 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담뱃값이 2000원 오른 때문이다. 한갑당 4500원~4700원. 직장인에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한달 월급이 15만원선인 군부대 병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 예비역들의 추억담은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얘기다. 사회에서 배운 담배도 끊고 제대하는 시대가 눈앞이다.

하루 한갑이면 이등병 월급보다 많아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담배는 보급품이었다. 면세 담배는 ‘화랑→은하수→백자→솔→88라이트→디스’로 계보를 이어가며 장병들과 군 생활을 함께했다. 비흡연자에게도 면세담배가 보급됐고, 비흡연자들은 면세담배를 흡연자인 고참에게 ‘상납’하거나 휴가 때 사회인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로 활용했다. 일부는 흡연자로 전향하기도 했다.

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 면세 담배 보급량을 순차적으로 줄였다. 군이 흡연을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 때문이다. 2005년까지 한달에 15갑이던 담배 보급량은 2006년 10갑, 2007년부터는 5갑으로 줄었다. 군은 2009년 담배 보급을 전면 중단했다.

담뱃값이 2500원이던 시절에도 담뱃값은 흡연 장병들에겐 주요 지출 중 하나였다. 하루 반갑만 피워도 월 3만7500원이다. 2000원이 껑충 뛰면서 담뱃값 부담 또한 크게 늘었다. 하루 한갑을 피우는 골초라면 한달 담뱃값만 13만5000원이다.

올해 이등병 월급은 12만9400원, 일병 14만원, 상병 15만4800원, 병장이 17만1400원이다. 하루 한갑씩 피운다면 이등병은 담뱃값도 못 대고, 병장이 되야 고작 3만6400원이 남는다. 집에 손을 벌리지 않는 한 담배를 줄이던가 끊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돈 없으면 끊어야…흡연율 대폭 낮아질 듯

“직업 간부들도 담뱃값이 부담돼 금연하는 분위기인데 사병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군에서 담배가 ‘퇴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담배가 월 15갑씩 보급되던 2005년 장병 흡연율은 59.0%였으나 2009년 담배 지급이 중단되면서 48.4%로 10.6%포인트나 급감했다. 2013년 현재 장병의 흡연율은 42.9%다.

군은 군내 금연을 확대하기 위해 금연지도자 배정, 금연클리닉 운영, 금연보조제 지급 등 다양한 금연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군은 이번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군내 흡연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병영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장병들에게 금연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또한 민간과 동일한 세율로 담배를 구매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군 장병들에 한해 담배를 면세 가격에 담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간부 제외 병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면세 담배 지급 제도를 일부 부활하는 것도 군 복지 차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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