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장례식날 부의금 적다며 89세 父 폭행 살해한 아들…징역 27년 확정

자신의 말 무시하고 부친 부동산 매도 원망
일정한 직업 없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원금 받아
모친 장례식날 부의금 적게 들어왔다며 부친 무차별 폭행
1심 징역 30년→2심 징역 27년…가족들이 선처 탄원
  • 등록 2023-06-30 오전 6:00:00

    수정 2023-06-30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부의금이 적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모친 장례식날 부친을 폭행해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27년형이 확정됐다. 특히 50대 남성은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매도한 부동산 문제로 부친을 원망하고 있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존속살해,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6)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필리핀 국적의 아내와 결혼해 필리핀에서 살다 2021년 11월 귀국했다. A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원금을 받았으나, 아내와 함께 4명의 자녀를 양육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2022년 6월 25일 새벽 부산 기장군 주거지에서 부친 B(89)씨를 둔기와 주먹으로 때려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모친 장례식날이던 24일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신 뒤 부친의 주거지로 찾아가 부의금이 많지 않다며 B씨의 뺨을 2회 때렸다. 특히 B씨가 2012년경 A씨의 조언을 무시하고 매도한 부친 소유 부동산 주변 시세가 오르면서 A씨는 B씨를 원망하고 있었다.

B씨는 A씨의 폭행을 피해 25일 새벽 달아났지만 A씨가 아들을 시켜 데리고 들어오도록 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분노하며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부친이 평소 사용하던 90㎝ 길이의 나무 지팡이로 B씨 머리와 얼굴, 몸통 부위를 2시간가량 무차별 폭행해 부친은 결국 숨졌다.

A씨는 술을 마시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며 누나, 아내, 아들 등 가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왔고 의붓아들인 12세 아이를 폭행해 아동학대 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 “아들의 손에 의해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피고인의 범행장면을 모두 지켜본 피고인의 처와 의붓아들은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며칠 사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게 된 피고인의 누나가 겪게 될 정신적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며 “피고인은 의붓아들을 학대하기도 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마음에서 비롯된 진지한 참회나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2심에서는 A씨 형량이 27년으로 줄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딸이자 피고인의 누나가 당심에서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의 처와 피해 아동 역시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원심에서 이 사건 존속살해 범행과 아동 학대 범행의 고의를 부인했다가 당심에서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27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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