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박정수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삼성SRA자산운용과 손잡고 미국 JP모건으로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195 브로드웨이 빌딩’을 약 6000억원에 인수했다. 매입 당시 맨해튼에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로 관심을 모았다.
|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195 브로드웨이 빌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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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과 삼성SRA자산운용은 총 인수대금 6000억원 가운데 3420억원을 현지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 2580억원은 국내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셀다운(인수후 재판매)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무난히 가는 듯 했던 뉴욕 오피스 투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등장으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셀다운하기로 했던 물량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매각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공제회를 찾아 셀다운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반응에 올 들어 개인자산가나 법인들 상대로 매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억원어치만 팔아도 사내에서 고무적으로 보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매물은 공실률이 2.5%에 불과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피스 임차인 전부 임대료 감면 없이 100% 납부 중이다”며 “매매각 물량도 추석 직후 4~5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비대면실사 등 투자 프로세스 진행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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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폭풍이 자본시장을 강타하면서 해외오피스 대체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에 재택근무로 돌아선 기업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참에 오피스 대신 원격·재택 업무 시스템을 대거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미국 뉴욕 맨해튼 오피스 공실률은 1분기보다 0.2%포인트 오른 11.8%로 집계됐다. 뉴욕 외에도 미국 주요 10대 도시 모두 공실률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연내 경기 회복이 시작하더라도 공실률은 지속 상승해 내년에는 20%대에 도달할 것”이라며 “임대료는 올해 2.9%, 내년에는 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령 매력적인 오피스 매물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현지 실사 등에 대한 어려움이 여전하다 보니 해외오피스 투자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언택트(비대면)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물류창고나 테넌트(세입자)가 10년 이상 유지되는 유망 오피스 아니면 투자 검토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캐시플로우가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투자 방향이 바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에도 우량 해외 오피스 투자를 이어가겠다면서도 신중함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오피스) 투자를 위해 현지 인력을 실사에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투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임대차에 대한 지급 보증이나 메자닌 형태 투자로 선회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