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군사합의 파기까지 언급한 만큼 대북전단 문제가 남북관계 향방을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즉각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면서, 일각에선 대북 저자세를 넘어 지나친 굴종정책의 결정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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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법률 정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도 했다.
통일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계획에 없던 공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여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북전단 문제가 남북한 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지나친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미 예전부터 관련법 제정을 준비해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였다”면서 “DMZ(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화하겠다는 합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靑 “대북전단 단호 대응”…저자세 논란
북한의 비난에 우리 정부가 즉각적인 대응을 보이자, 지나치게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우리 군을 향해 기관총을 쏠 때도 한 마디 없던 통일부가 김여정 한 마디에 접경지역 주민들 피해 운운하며 우리를 비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 살포는) 국민 후원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오는 25일에도 100만장의 대북전단을 계속 살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6·25전쟁 70주년 참상의 진실’이라는 전단을 이미 다 준비했다”며 “대북전단을 살포한 2006년쯤부터 계속해서 북한의 반발이 있었다. 이번에도 살포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까지는 ‘험로’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새벽 담화에서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남측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대북 비방 전단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치명적 약점) 중 하나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훼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여겨왔다. 더구나 ‘전달 살포 중지’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는 한편 그전까지는 경찰을 동원해 최대한 이를 막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단 살포 단체들과 소통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현장상황을 보면서 경찰 등 유관부서와 협의해 적절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비공개로 사전예고 없이 전단을 살포할 경우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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