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를 처벌하라` `학살자를 구속하라`는 구호가 거리를 메웠고, `체포 결사대`란 이름의 학생들은 서울 연희동 누군가의 자택 앞 저지선을 뚫지 못한 채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배우 진구와 한혜진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26년`이 모티브로 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의 주범 전두환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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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반성과 진상규명 없이 적당히 덮고 넘어간 탓에 우리 사회는 여전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툭하면 5·18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망언들이 심심치 않게 되풀이되고, 전씨는 여전히 추징금 1000여억원을 내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2003년 법원의 재산명시 명령에 `29만원`을 신고하며 “겨우 생활할 정도”라고 강변했던 그였다.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근 행보 역시 가관이다. 지난해 11월 골프장에서 맞닥뜨린 임한솔 전 정의당 부대표에게 “자네가 좀 납부해 주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12·12 당일에는 군사반란에 가담한 측근들과 서울 강남 고급 중식당에서 수십 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즐기기도 했다. 알츠하이머와 고령 등 건강상 이유를 들어 법정에는 출석하지 않으면서 후안무치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2년 여간 이어지고 있는 재판 기간 직접 광주를 찾은 것은 고작 두 차례. 그조차 취재진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오는 30일이면 21대 국회가 문을 연다. 국가폭력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는 것은 물론 `역사왜곡처벌법` `전두환 추징법` 등 5·18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속으로 울음을 삼켜야 했던 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