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김형욱 기자] 강
원랜드에는 13명의 임원이 있지만 이 중 여성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1급 이상 고위직 70명 중 여성도 단 2명뿐이다. 직원 3485명(2019년 말 기준) 중 30%를 차지하는 여직원 1048명에게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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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듬해인 지난 2018년 공공기관은 여성임원을 1인 이상 선임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올해부터는 이행 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했지만 공공기관 5곳 중 한 곳은 여전히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임원 의무화는 사회 성차별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부터 성 평등 문화를 확산하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이데일리가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서 공공기관 336곳(올해 신규지정 4곳 제외)의 지난해 말 기준 임원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 중 61개 기관(18.2%)에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관은 기관장, 이사진, 감사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얘기다. 한국나노기술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강원랜드 등은 임원 정원이 10명 이상임에도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노기술원은 임원 17명 전원이 남성이다.
여성임원이 1명뿐인 ‘홍일점’ 기관도 75곳이나 된다. 336곳 중 136곳(40%)이 여성 임원이 없거나 한 명뿐이란 얘기다. 특히 이 중 28곳은 임원 정원이 10명 이상임에도 여성임원이 1명뿐이다.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전체 임원이 34명이나 되지만 여성은 1명뿐이다. 한국임업진흥원과 국방과학연구소도 임원 15명 중 여성임원은 1명이다.
업무특성을 고려해도 여성 인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대표적인 비이공계 기관이지만 임원 10명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다. 한국문화재재단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 역시 비이공계 기관이지만 10여명의 임원 중 여성은 1명뿐이다.
다만 전체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비율은 늘었다. 336개 기관의 평균 여성임원 비율은 20.9%로 집계됐다. 공공기관 전체 임원 수(3481명) 대비 여성 임원 수(768명)은 22.1%로 그 비율이 더 올라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임원 유무 여부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사실상 여성 고위직 할당제를 추진한 결과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중은 2017년만 해도 평균 11.8%에 그쳤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성 직원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여성 임원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여성 중간관리자를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병행해 여성 임원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