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줄기차게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정부 일각에서 단통법에 손대는데 부정적이었던 이유가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각 부처 업무평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 이후에도 정국은 꼬여가고 있어, 다음 주 열리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와 소위에서 단통법 개정안이 논의될지 미지수다.
6일 국조실과 방통위에 따르면 단통법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발언 이후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 포함됐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뒤, 국조실이 같은 해 12월 80개 정상화 추진과제를 확정해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윗선의 의지가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단통법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공동 과제로 매년 부처별 기관평가에 반영되고 있다.(2014년 25%, 2015년과 2016년 10%)
단통법이 과제에 포함된 것은 단말기 보조금의 가격 차이가 극심하고 일반 소비자가 알기 어려워 누구든 100만 원 주도 폰을 사고 누구는 공짜로 폰을 사는 일이 ‘비정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고액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게 하거나, 허위 과장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 많으니 이를 모니터링해서 통신시장을 서비스나 요금 중심의 본원적 경쟁 시장으로 만들자는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단통법이 ‘비정상의 정상화’에 포함된 것 자체부터 잘못이었고, 부처 업무평가에 반영되다 보니 탄력적인 규제 운용이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이 크다.
새마을 운동→비정상의 정상화(단통법)?
지난 4일 방통위가 주최한 ‘방송통신분야 비정상의 정상화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국무조정실 김광제 사무관은 “우리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에 회원국으로 가입한 아프카니스탄과 달리 GDP 세계 15위로 성장한 것은 새마을 운동 덕분이고, 현재의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사실은 (과제에서는) 빼고 싶었다”면서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20% 요금할인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경감, 고가 요금제 유도 행위 감소 등 시장 반응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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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권위주의 정부 시절처럼, 정부가 앞장서 법으로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걸 규제하는 게 과연 정상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맘대로 규제를 설계하다 보니 지원금 규모와 비슷해야 할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이 20% 요금할인으로 둔갑해 합리성을 잃어버리고, 중소 유통점들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
이용자 차별이 문제라면 지원금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공시하게 하는 ‘지원금 공시제’ 정도만 남기고 다른 것은 폐기하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4일 열린 행사에선 이런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방통위가 기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단통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패널들만 출석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KISDI 출신인 법무법인 한중 정경오 변호사는 “원래 단통법은 정보격차 해소와 함께 4만개 정도 되는 판매점의 관리 부실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것이었다”면서 “실제 판매자 가명 등록을 없애려면 판매원의 이름이 가명인지, 실명인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추가 규제만 언급했다.
역시 KISDI출신인 국방대 변정욱 교수는 “어찌보면 토론자를 잘못 고른 게 아닌가 한다”면서도 “무엇이 정상화됐는가 보면 가계통신비 절감 등 전체 방향성은 성과로 봐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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