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평로 삼성생명 지키던 '로댕 걸작' 강남 간다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등
플라토미술관 상징 청동조각 2점
삼성생명 본사건물 매각으로
1층 위치한 미술관 이전 불가피
  • 등록 2016-01-15 오전 6:05:00

    수정 2016-01-15 오전 6:05:00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앞)과 ‘지옥의 문’을 상설전시하고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토미술관 내부 전경(사진=플라토미술관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지난 16년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032830) 본사 건물에 상설전시해온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걸작이 강남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생명이 본사 건물을 부영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층에 자리한 플라토미술관의 이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4일 삼성그룹과 미술계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플라토미술관은 강남으로 이전하기 위해 적절한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토미술관은 로댕의 청동조각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 두 점을 소장하고 있다.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작품의 규모와 가치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이 1994년 구입한 ‘지옥의 문’(가로·높이·너비 400×635×85㎝)과 ‘칼레의 시민’(252×289×223㎝)은 청동주조물로 각각 7번째, 12번째 에디션이다. 에디션은 틀로 찍어낸 조형물이나 판화·사진처럼 같은 작품을 여러 개 찍어낼 때 붙이는 번호. 프랑스정부 측은 12번째 작품까지만 로댕의 진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술계 다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 두 작품의 구입비로 당시 대략 100억원이 들었고, 현재의 가치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로댕작품만을 상설전시하기 위해 당시 삼성플라자 야외에 천장 높이 10m, 넓이 500평 규모의 로댕갤러리를 새로 꾸며 1999년 오픈했다. 이후 로댕갤러리는 플라토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1년 재개관했으며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과 함께 홍라희 관장이 운영하고 있다.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기획전을 여는 리움미술관과는 달리 플라토미술관은 설치미술 중심의 현대미술전을 개최해 왔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생명 건물 매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미술계 안팎에서는 로댕 명작이 어디로 이동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플라토미술관만 새 소유자로부터 임차해 운영하는 방안과 리움미술관으로 옮겨가는 방안 등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합의되지 않으면서 강남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댕 작품을 옮기게 되면 플라토미술관의 상징성이 사라지게 돼 소장품과 함께 이전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본사 건물의 매각이 확정되면서 미술관 이전을 놓고 여러 안을 논의했다”며 “강남으로 옮기는 데 의견을 모으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플라토미술관이 강남으로 이전하게 되면 삼성은 서울시내에 강북과 강남에 각각 미술관을 운영하게 된다.

‘지옥의 문’은 단테의 ‘신곡’에서 묘사한 지옥의 풍경을 소재로 인간의 사랑·고통·죽음을 상징하는 200여개의 조각을 한 데 어울린 작품.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원본이 있고 프랑스 로댕미술관과 미국 필라델피아로댕미술관, 일본 도쿄서양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칼레의 시민’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당시 포위된 프랑스 칼레시를 구출하기 위해 인질을 자원했던 6명의 칼레시민을 묘사한 작품. 파리로댕미술관, 필라델피아로댕미술관, 영국 런던빅토리아타워가든 등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토미술관에 전시한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사진=플라토미술관).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토미술관에 전시한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사진=플라토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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