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어터진 국수’가 돼버린 ‘깡통 전세’

  • 등록 2015-02-24 오전 6:00:01

    수정 2015-02-24 오전 6:00:01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디테일에 관한 부등식’을 소개했다. “100-1은 99가 아니라 제로가 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아무리 공들여 탑을 쌓아도 벽돌 한 장이 부족해서 전체가 무너지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학교 셈법으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의 성공을 위해선 1%의 실수까지 용납해선 안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만큼 절실한 비유도 없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셈법보다 더 황당한 경우가 적잖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요즘의 전셋값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집을 장만할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전세를 든다는 점에서 전셋값은 집값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굳이 집값보다 비싸게 주면서까지 전세를 들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껏 비싸야 집값의 30~40%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종래의 상식이 뒤바뀌고 있다. 전셋값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집값의 70~80% 수준은 보통이 돼버렸다. 심지어 새 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집값을 뛰어넘는 경우마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깡통 전세’ 주의보가 떨어진 것이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도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기현상이다.

이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말해준다. 정책 당국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어도 시중에선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요즘 주택거래가 약간씩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는 마지못해 집을 사는 경우라고 한다. 어차피 전셋값 해결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느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 ‘디테일 부등식’을 강의하는 순간에도 사회적으로는 이처럼 민생이 터무니없이 겉돌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비서관들이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그런 식이라면 국민들 밥상에는 늘 불어터진 국수밖에 오를 수 없다. 그것이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깡통 전세’의 시사점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제네시스 GV80 올블랙
  • 김희애 각선미
  • 인간 복숭아
  • "사장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