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세월호 '어묵 인증샷' 문화 이대로 좋은가

  • 등록 2015-02-13 오전 6:00:01

    수정 2015-02-13 오전 6:00:01

[하재근 문화평론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高) 학생들을 어묵으로 비하한 네티즌이 결국 구속됐다. 이 네티즌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든 채 ‘친구를 먹었다’는 인증샷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 사람은 단원고 학생이 아닌 20세 청년이었으며 주목 받고 싶어 이같은 행위를 했다고 한다. 이 네티즌 말고도 ‘세월어묵’이라는 이미지와 ‘아이들로 만들어 식감이 쫀득쫀득’이라는 설명을 올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인터넷 게시판 문화가 본격화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점잖은 언어를 사용하는 기존 언론에 대해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다 인터넷 게시판에 누군가가 좀 더 노골적인 내용을 올리자 사람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런 글들을 보기 위해 기존 언론보다 인터넷 게시판을 더 많이 찾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 가운데에 오락적 기능을 축소하고 사회적 의견 개진만을 전문으로 하는 게시판 사이트들까지 생겨났다. 그런 게시판에서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환영받았다. 그런 글에 사람들 추천이 몰리고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은 사이트 대문에 걸렸다. 마치 신문사 헤드라인 기사로 채택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은 글을 작성한 이들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줬다.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은 느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대단하게 봐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현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인터넷에서 이런 주목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대중으로부터 주목 받고 떠받들어지는 느낌은 강렬한 쾌감을 안겨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에 중독된다. 인터넷 게시판에 아예 상주하다시피 하며 극단적인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한 사람이 강한 글로 사람들 찬사를 받으면 다른 사람은 더 강한 글로 응수하면서 표현 수위가 점점 올라갔다.

특히 정치분야에서 이런 문화가 두드러진다. 진보 성향이 강한 네티즌들이 많이 모였던 게시판에는 점점 더 독한 어조로 상대 진영을 공격한다. 상황에 따라 상대 진영만이 아니라 같은 진영 내부, 혹은 일반 사회인도 조금만 거슬리면 가차 없이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거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배제당하고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주장을 일삼는 사람들만 영웅시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들은 공격적이고 분란을 잘 일으킨다는 인식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반발한 보수 성향의 젊은 네티즌들은 이들의 성향을 반영한 게시판 사이트에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도 역시 상대 진영을 독하게 공격하는 글들이 득세했다. 심지어 보수정권에 불리한 행위를 한다고 여겨지는 일반 사회인을 상대로도 독한 말들을 쏟아내게 됐다.

처음엔 단지 주장을 담은 글일 뿐이었지만 최근엔 인증샷 문화까지 가세했다. 자신이 물리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면서 그것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점점 더 독한 사진, 자극적인 이미지를 올려야 했다. ‘세월어묵’ 사건은 바로 이런 흐름 속에서 터진 것이었다.

특별히 패륜적이고 폭력적인 사람들만 극단적 흐름에 휩쓸리는 게 아니다. 강한 표현을 해야 주목받는 인터넷 문화 구조가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내몰고 있다. 게시판 문화와 인증샷 문화가 이대로 흘러간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상상을 초월하는 글이나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소외감, 무력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이런 일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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