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관계=계약서에서 사용하던 행정용어다. 이론상 갑과 을은 수평적인 위치지만 실상은 다르다. 피고용인에게 박하고 고용인에게 관대한 한국 특유의 노동환경은 이 말에 수직관계를 부여했다. 갑이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남용해 을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뒤틀린 갑을관계로 변질된 것. 여기서 벌어지는 갑의 횡포를 이른바 ‘갑질’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로 서류 속에 잠들어 있던 ‘갑을관계’가 실체로 떠올랐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강자와 약자가 연결된 모든 사회관계 속에 불합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안녕=‘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 그냥 평범한 인사말로 쓰였다. 무의식적으로 주고받던 이 말에 폭발적 관심이 쏟아진 것은 지난해 겨울. 바로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 때문이다. 한 대학생이 담담하게 물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사회에 무관심한 당신은 안녕들하냐고. 공감한 시민들은 화답했다. 정말 아무 탈 없이 편안했는지 새삼 서로에게 되물었다. 그간 쌓여온 부조리한 현실 속에 과연 말 그대로 안녕했는지 말이다. 대자보 한 장에서 촉발된 물음은 우리 사회에 ‘안녕’의 의미를 다시 꺼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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