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공화국⑤] '의리'처럼…한국사회, 이 말에 반응했다

갑을관계·막장·안녕 등
  • 등록 2014-05-30 오전 7:47:53

    수정 2014-06-02 오전 7:22:17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파장이 컸던 사회현상에는 비중 있는 혹은 단순한 의미의 키워드가 있었다. 마치 ‘의리’처럼, 유독 한국사회는 이 ‘말’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의미와 현상 둘 다를 살폈다.

▲갑을관계=계약서에서 사용하던 행정용어다. 이론상 갑과 을은 수평적인 위치지만 실상은 다르다. 피고용인에게 박하고 고용인에게 관대한 한국 특유의 노동환경은 이 말에 수직관계를 부여했다. 갑이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남용해 을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뒤틀린 갑을관계로 변질된 것. 여기서 벌어지는 갑의 횡포를 이른바 ‘갑질’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로 서류 속에 잠들어 있던 ‘갑을관계’가 실체로 떠올랐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강자와 약자가 연결된 모든 사회관계 속에 불합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막장=어원이 확실하진 않다. ‘갱도의 막다른 끝’인지, 끝장을 낮춰 이르는 표현에서 유래됐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은 갈때까지 간 상황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급격히 퍼진 계기는 드라마 때문이다. 우연한 사건의 연속, 일상에선 보기힘든 자극적인 상황 등을 무기로 인기를 끈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이후 극단으로 치달은 사회현상을 비유할 때 활용됐다. 최악으로 고꾸라진 막장인생, 말싸움만 일삼는 막장토론, 가게에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막장손님 등으로 응용되기도 했다.

▲안녕=‘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 그냥 평범한 인사말로 쓰였다. 무의식적으로 주고받던 이 말에 폭발적 관심이 쏟아진 것은 지난해 겨울. 바로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 때문이다. 한 대학생이 담담하게 물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사회에 무관심한 당신은 안녕들하냐고. 공감한 시민들은 화답했다. 정말 아무 탈 없이 편안했는지 새삼 서로에게 되물었다. 그간 쌓여온 부조리한 현실 속에 과연 말 그대로 안녕했는지 말이다. 대자보 한 장에서 촉발된 물음은 우리 사회에 ‘안녕’의 의미를 다시 꺼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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