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칼럼]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인간 존엄의 회복

  • 등록 2013-08-09 오전 8:00:00

    수정 2013-08-09 오전 8:00:00

[김현숙 새누리당 국회의원] 요즘 필자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록새록 되새기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후 피눈물로 살아오신 우리 위안부 할머님들의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국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많은 정치인들이 여러 형태로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망언을 일삼아왔지만 1993년 8월 4일 이루어진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와 뒤이어 1994년 8월 31일 발표된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가 군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이었다.

고노담화는 전쟁기간 동안 위안소가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운영되고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이송에 대해 일본군이 직간접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나아가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담당했으나 그 경우도 감언, 강압 등에 의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으며 관헌(官憲)이 직접 이에 가담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했다.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는 모두 위안부문제가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며 이에 대해 일본정부가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담화의 내용만으로 일본정부가 식민지 시절의 악행을 모두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두 담화에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 들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군이 직접 나서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으며 5월에는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 도루가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자집단에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는 망언을 하면서 고노담화의 기본 정신조차도 철저히 부정하는 사태가 일본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5월 말 일본·대만·필리핀을 방문, 아시아 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아시아 정치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조대응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내년 3월에는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의원들을 국내에 모시고 일본군위안부 관련 국제회의도 진행할 것이며 UN의 여성지위위원회의 공식적인 의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정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일본정부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미국 글렌데일시에서는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제막식에서 소녀상처럼 꽃다운 나이에 끌려간 김복동 할머님이 이제 88세의 할머니가 되어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닮은 소녀상과 손을 맞잡은 모습에서는 마치 수 십년의 시간을 넘어 소녀시절의 자신과 재회한 할머님의 억울함과 비극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미국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마이클 혼다의원처럼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고발하고 일본정부의 공식적 사죄를 요청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면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지금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생존해계신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님들은 현재 58명이며 모두 고령이시다. 그 분들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리고 우리가 이 사건을 희미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기 전에 그 분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여성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 싶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관련기사 ◀
☞ [김현숙 칼럼]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지향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