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후 피눈물로 살아오신 우리 위안부 할머님들의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국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많은 정치인들이 여러 형태로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망언을 일삼아왔지만 1993년 8월 4일 이루어진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와 뒤이어 1994년 8월 31일 발표된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가 군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이었다.
고노담화는 전쟁기간 동안 위안소가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운영되고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이송에 대해 일본군이 직간접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나아가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담당했으나 그 경우도 감언, 강압 등에 의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으며 관헌(官憲)이 직접 이에 가담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올 들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군이 직접 나서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으며 5월에는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 도루가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자집단에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는 망언을 하면서 고노담화의 기본 정신조차도 철저히 부정하는 사태가 일본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5월 말 일본·대만·필리핀을 방문, 아시아 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아시아 정치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조대응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내년 3월에는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의원들을 국내에 모시고 일본군위안부 관련 국제회의도 진행할 것이며 UN의 여성지위위원회의 공식적인 의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정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일본정부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미국 글렌데일시에서는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제막식에서 소녀상처럼 꽃다운 나이에 끌려간 김복동 할머님이 이제 88세의 할머니가 되어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닮은 소녀상과 손을 맞잡은 모습에서는 마치 수 십년의 시간을 넘어 소녀시절의 자신과 재회한 할머님의 억울함과 비극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는 지금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생존해계신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님들은 현재 58명이며 모두 고령이시다. 그 분들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리고 우리가 이 사건을 희미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기 전에 그 분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여성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 싶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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