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원전 6호기가 고장나 100만kW의 예비전력이 순식간에 증발했던 30일, 수요가 절정에 달하는 오후 2~3시 전력수급 사정을 요청하자 담당자로부터 돌아온 답이다. 전력수급상태를 알 수 있는 예비전력과 예비율은 집계하지 않고, 한 시간 평균 전력수요량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던 지난주만 해도 시간대별 상황을 꼼꼼히 챙기던 전력거래소의 바뀐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예비력이 충분할 텐데 굳이 매시간 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냐는 눈치였다. 100만kW가량의 예비전력이 날아가는 비상상황에 전력거래소는 휴가철이라는 이유로 마음 푹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휴가철에는 전력수요가 다소 떨어지지만, 올해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휴가철과 견줘 전력수요가 크게 늘었고, 원전은 4기(고리 1호기, 영광 6호기, 울진 3~4호기)나 가동을 하지 못해 공급능력은 빠듯하다. 게다가 지금은 하계전력수급 비상대책기간 중이기도 하다. 휴가철이라고 전력 당국이 긴장의 끈을 풀고 있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