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이모씨는 스마트폰으로 매일 집회가 열리는지 수시로 검색한다. 3~6살로 구성된 어린이집 원생 30명이 과격한 집회·시위의 언어로부터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 돼서다. 집회·시위가 주말에 주로 열려 걱정할 일은 크게 없다고 하지만 탄핵 사태 국면 당시 평일에도 시위가 주기적으로 열렸던 적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집회나 시위가 있을 때 아이들이 최대한 노출이 안 되게 그 시간을 피해서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이 많이 붐비기도 해서 나갈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안에서 아이들과 할 놀이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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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유치원 및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이씨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아이들이 보기에 민망한 장면이나 소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울 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모씨는 집회가 있는 날이면 앞 뒷문을 닫아놓는다고 했다. 평소라면 학부모와 아이들의 원활한 통원을 위해 열어놓는 경우가 있지만 집회가 열릴 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다. 김씨는 “예전에 과격한 집단이 어린이집 주변에서 집회를 굉장히 많이 한 적이 있었다”면서 “어린이집 관리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학부모들 보기에도 민망하고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으니까 굉장히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더 신경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모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어린이집의 학부모인 30대 이모씨는 “(근처에서) 시위를 한다고 하니까 그 자체만으로 신경이 쓰인다”면서 “너무 시끄럽거나 비속어가 들리면 아이에게 귀마개를 끼우기라도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등원 시간 등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시간대는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근처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40대 여성 권모씨는 “보통 시위를 하면 거친 말이나 욕설 등을 내뱉는데 아이가 따라 할까 봐 겁난다”면서 “아이들은 집에서 툭 내뱉은 한 마디도 곧잘 따라 하는데 시위 현장은 얼마나 신기하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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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가 있지만 이마저도 영유아를 보호하기엔 여의치 않다. 현재 실제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근처는 낮시간 등가 소음(10분간 평균 소음값) 65데시벨, 최고소음도 85데시벨 이하로 제한돼 있다. 다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주변은 ‘그밖의 지역’ 에 해당해 등가 소음도 75데시벨, 최고 소음도 95데시벨 이하 규정을 받는다. 이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수치다. 특히 집중력이 낮은 영유아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선진국에선 집회 소음에 대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집회에서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집회 신고와 별도로 소음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경찰은 소음 기구, 장소, 인근 주민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독일은 전반적인 소음 기준이 우리보다 높다. 일반 주거지역에서는 주간 55데시벨 이하, 야간 35데시벨 이하로 집회 소음을 제한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소음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과 같은 특수한 시설 상황 등을 (경찰 등이) 고려할 필요도 있다”면서 “내 권리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