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 세계관까지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국내 처음으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미국 덴버박물관과 함께 10월 9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특별전이다. 덴버박물관이 소장한 북미 원주민의 공예품, 사진, 회화 등 151점을 선보인다. 덴버박물관은 북미 원주민 예술 컬렉션을 최초로 모으기 시작한 박물관으로, 1925년부터 수집한 1만 8000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내에 북미 원주민의 예술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라며 “현재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원주민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우리가 인디언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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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북극, 캘리포니아, 남서부, 대평원 등 10개 문화권의 43개 부족을 소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북미 원주민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아기 요람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하늘과 땅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연은 가장 큰 스승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세계관에 따라 요람은 아이가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얼굴을 내놓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원주민들의 광활한 삶의 터전을 실내로 옮겨온 듯한 ‘티피’를 전시해 놓았다. 미네콘주 라코타족이 1880년경에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티피는 높이가 약 4.6m에 달한다. 우리에겐 ‘인디언 텐트’로 잘 알려진 보금자리로 하늘과 땅이 이어져 있음을 상징한다. 그들은 들소 떼를 따라서 빠르게 이동해야 했기에 가볍고 조립과 해체가 간편한 집을 만들었다. 티피는 땅바닥에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들소 가죽을 덮는 형태인데, 19세기 후반 들소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캔버스 천으로 대체됐다. 티피 겉면에는 주로 부족의 주요 사건이나 개인의 경험 등을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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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의 예술성이 드러나는 공예품도 눈길을 끈다. 지아족이 만든 ‘새무늬 항아리’ ‘사슴무늬 항아리’ 등에는 과감하게 휘감는 선, 단색 바탕과 같은 일관된 디자인 요소들이 나타난다. 이 중 새 무늬는 지아족의 토기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됐다.
태평양 북서부 문화의 구전 설화나 예술품에서 흔히 표현되는 주제인 ‘범고래’와 관련된 조각도 만나볼 수 있다. 범고래는 뛰어난 힘과 사냥 기술뿐만 아니라 새끼를 키우고 보호하기 위해 가족 전체가 평생 함께 지낸다는 점에서 존경을 받아왔다. ‘달 속 범고래’ 조각에서 범고래는 둥근 형태로 표현한 달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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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은 부족마다 옷을 입는 형태도 다양하다. 알래스카 원주민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었다. 이누피액족은 알래스카 해안 지역의 영적인 삶을 표현하기 위한 의례용 외투를 만들기도 했다. 바다표범의 창자와 오호츠크뿔쇠오리 깃털을 힘줄로 꿰매서 만든 외투를 통해 동물과 인간, 우주를 잇는다고 여겼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북미 원주민 후손 예술가들의 현대미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루이세뇨족 후예인 프리츠 숄더(1937~2005)의 회화 ‘인디언의 힘’을 비롯해 포모족 후손인 애니 분의 ‘새의 깃털로 장식한 바구니’ 등을 전시해 놓았다. 특히 프리츠 숄더의 ‘운디드니-아메리카 대학살’은 1890년 12월 미 육군 제7기병연대 소속 군인들이 원주민 보호 구역인 운디드니에서 남성, 여성, 어린이 등 약 300명을 학살한 사건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현대미술은 북미 원주민들의 문화와 예술이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덴버박물관장은 “일반적으로 원주민을 떠올릴 때 단일한 그룹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 시각을 갖고 있다”며 “원주민 예술의 다양성을 알리고 그들이 예술역사에 기여한 바를 알리고자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