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빼냈지만 제품개발 실패…대법 "양벌규정 적용 안돼"

영업비밀 빼낸 직원은 징역 10개월형
"부정사용 미수 그쳤다면 법인 처벌 불가"
한국콜마-인터코스 민사소송은 진행중
  • 등록 2024-01-03 오전 6:00:00

    수정 2024-01-03 오전 6: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회사 임원이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빼내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면 그 법인에 대해서는 양벌규정을 적용한 처벌이 불가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전경(사진=한국콜마 제공)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영업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인터코스코리아 임원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다만 양벌규정을 적용해 인터코스코리아 법인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며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업체 인터코스코리아의 임원 A씨는 2008년 9월부터 한국콜마(161890)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월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다. 이직 직전 약 1년간 한국콜마에서 선케어 화장품 연구개발을 총괄했던 A씨는 이직 1개월여만에 인터코스코리아에서 선케어 화장품 등 색조화장품 개발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콜마에서 근무했던 B씨는 2018년 인터코스코리아로 이직해 기초연구소장으로 근무하다가 2019년 2월부터 국내 영업담당 임원을 맡았다.

A씨와 B씨는 부정한 방법으로 한국콜마의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는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은 A씨에 징역 10개월을, B씨에 징역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인터코스코리아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B씨에 대해서는 2년간 형 집행을 유예했다.

재판부는 △A씨와 법인은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B씨는 범행을 자백한 점 △한국콜마가 피고인들의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A·B씨가 초범인 점 등을 양형에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2심은 1심 판결 중 A씨와 법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 뒤 A씨와 법인에 대해 각각 징역 10개월, 벌금 1000만원을 다시 선고했다. B씨에 대한 쌍방 항소는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한국콜마의 영업비밀 자료를 누설하고 중요한 영업자산을 무단 반출함으로써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한국콜마에는 손해를 끼쳤다”며 “다만 그 영업비밀을 이용해 인터코스코리아의 화장품 베이스 처방 등을 개발하려고 한 것은 미수에 그쳤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도 인터코스코리아에 대한 벌금형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위반죄의 실행의 착수, 압수절차의 적법성,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이어 “양벌규정은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의 취득 및 부정사용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될 뿐이고, 사용인 A씨가 영업비밀을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양벌규정을 적용해 인터코스코리아 법인을 처벌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법인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양벌규정의 적용대상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한국콜마는 인터코스코리아와 전 연구원인 A·B씨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민사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한국콜마에서 유출한 영업기밀을 폐기하고 인터코스코리아와 A씨 등이 공동으로 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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