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코난·우디 받든 반닫이, 삶이란…이정은 '평안한 오후'

2019년 작
주변일상, 언저리의 감정변화 담백하게
동양화 전통기법 살리되 미감은 현대적
지난한 작업에도…'그리기' 의미로 위안
  • 등록 2019-11-18 오전 12:35:01

    수정 2019-11-18 오전 12:35:01

이정은 ‘평안한 오후’(사진=이화익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중심은 반닫이가 잡았다. 수국이 풍성한 꽃병과 장식 선반을 ‘받들고’ 있다. 양옆에 ‘거느린’ 의자 역시 범상친 않다. 가공 없는 나무색으로 묵직한 옛 분위기를 내고 있으니.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나른하게 휴식 중인 고양이, 선반에 잔뜩 올린 만화캐릭터, 의자 아래 쌓아둔 미술서적 등이 ‘보수적인 선긋기’를 거부한다. 동양화를 그린다지만 소재로 가지치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다. 마치 작가 이정은(48)이 사는 방식이라고 할까.

작가는 주변의 소소한 일상, 그 언저리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담백하게 화면에 옮긴다. 동양화 전통기법을 살리되 미감은 지극히 현대적인 형태인 거다.

그림이 편하다고 작업까지 수월한 건 아니다. 적당한 농도의 아교포수와 밑색을 겹칠하길 십수번. 원하는 묘사와 색이 나올 때까지 먹·물감으로 무수한 선·색의 층을 쌓고. ‘평안한 오후’(2019)를 맞기까지 애썼을 ‘오전’의 수고가 눈에 보이는 거다.

그나마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하지 않는다”고 하니. 일상의 여러 역할을 감당할 충전, 그이에게 ‘그리기’의 의미는 이뿐이라니. 작가와 우리, 서로에게 위안이 되지 않나.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이화익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열매 맺는 계절’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97×130.3㎝. 작가 소장. 이화익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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