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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성수동 루미르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사 박제환 대표는 “빛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대상으로는 식용류 등을 연료로 한 조명을 보급하고, 동시에 유럽 등 선진국엔 감성 디자인 조명을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 사업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루미르는 박 대표가 대학교 3학년 때 창업한 소셜벤처다. 소셜벤처는 창업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한 기업을 뜻한다. 때문에 공익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게 일반 기업들과 차이점이다.
당초 창업에 대한 생각이 전혀없었던 박 대표는 대학 시절 인도와 필리핀 등을 여행하면서 체험한 정전 사태로 인해 자신의 진로를 바꿨다. 그는 “정전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현지에서 본 정전 사태가 나에게 있어선 큰 충격이었다”며 “개도국에도 안정적인 빛 보급이 가능한 일이 없을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이것이 소셜벤처 창업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양초나 폐식용유를 연료로 한 조명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전공도 수리통계학과에서 전기전자공학과로 바꿨다. 박 대표는 “태양광을 대체 솔루션으로 언급하지만 동남아 국가에서 사용하기엔 환경적 제약들이 있었다”며 “때문에 해당 국가 사람들이 가장 저렴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초나 등유, 식용유 등을 사용해 빛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했고 그 결과 양초를 활용한 첫 제품 ‘루미르 C’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창업 초기에 투자금이 필요했는데 나 스스로도 투자자 설득 요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1년간 각종 기관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7~8곳을 무작정 참가해 시드머니 확보와 검증에 매달렸다”며 “2016년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미국 현지 금융사정을 잘 알지 못해 혈혈단신 현지 은행 6~7곳을 전전해 간신히 계좌를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밝혔다.
루미르가 킥스타터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것은 저가형 제품 개발을 위해서였다. 개도국의 빛 부족 사태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회사였지만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있어야만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경영 과정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표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기로 결정했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저가형 제품을 보급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국에 디자인 제품을 보급해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킥스타터 역시 제품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진행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IBK투자증권에서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조만간 인도네시아 기업과도 투자 유치건이 성사될 예정이다. 올해 박 대표는 아직 전력보급률이 70%대에 불과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지 유통대기업과의 협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전력보급률은 베트남보다도 낮고 지방지역은 전력혜택을 거의 못 받는다”며 “식용유를 사용하는 루미르 K에 관심을 보인 인도네시아 대기업과 협력해 시장을 키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내와 선진국 시장에는 디자인 램프를 강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루미르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해 각종 디자인 조명을 선보였다. 박 대표는 “최근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면서 디자인 조명 수요도 함께 늘고 있어 승산이 있다고 본다”면서 “또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루미르 제품을 선물로 구매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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